
진중권 교수
‘촛불’ 함께 드는 진중권 교수
네트워크 통한 정치의식 성장·자유롭고 창발적인 아이디어…“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이다”
“직접 촛불 시위 생중계를 하고 있지만, 노트북과 와이브로 접속기, 마이크 같은 간단한 장비만으로 생중계가 가능하다니,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2008년 촛불 시위 양상을 ‘유비쿼터스’로 정의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와 개인 미디어를 통한 정치 의식의 성장, 자유롭고 창발적인 아이디어는 그에게 “놀랍고도 즐거운 경험”이다.
그는 먼저 시민들이 거리에 나온 양상에 주목했다. “서울광장에 모이는 시민들의 네트워크 자체가 매우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뇌부가 수족을 부리는 개념에 익숙한 경찰과 정부에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온라인으로 모이고, 이동통신으로 소통하며, 간단히 현장을 대중에 전하는 현재의 시위 양상에 대한 설명이다. 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은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 보고 하라’고 했다는데, 이명박 정부는 지금의 양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미 시민들은 ‘탈근대’로 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전근대’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인 미디어의 대거 등장과 관련해 “시위의 개념이 미디어를 통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미디어의 주체가 될 수 있어 빠른 시간 안에 정치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물질적 대립을 벗어난 정치적 시위 개념으로 시위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위장 곳곳에서 나타나는 창발적인 아이디어에도 주목했다. 진 교수는 “시위대를 보고 있으면 너무 즐겁다”며 “이쪽에서는 즉석에서 공연을 하고, 저쪽에서는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또 거기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습을 ‘천수만 새떼의 비행’에 비유했다. 얼핏 무규칙해 보이는 개체들이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일정한 방향성을 찾아가는 아름다움을 그는 촛불 시위대 안에서 발견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새벽 강남경찰서에 연행돼 풀려난 뒤였지만, 그는 “시민들의 창발적 아이디어로 전근대적인 정부에 자기 목소리를 전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기 위해 오늘도 서울 광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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