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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위층 사칭 사기’ 잇달아 덜미

등록 2005-04-25 19:01


“염동연 안다”는 말에 2억, “문재인 사돈” 이란 말에 또 2억

“한전 전간부, 사장되게 해준단 말에 속아”
경찰, 50대 건축업자 1명 구속 1명 불구속

‘역시 문재인(현 청와대 민정수석)과 염동연(현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최고 실세?’

경찰은 문 수석과 염 의원 등과 친하다고 속여 인사·이권 청탁을 해주겠다며 큰돈을 받아 가로채려 한 변호사와 건축업자, 그리고 공사 수주를 부탁한 일본 유력 일간지 기자 등을 붙잡았다. 특히 한국전력공사(한전) 최고위급 간부까지 지낸 사람은 사장이 되도록 해달라며 4억여원을 건넸던 것으로 드러났다.

■ 한전 사장 부탁하며 4억3600만원 =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5일 여권 실세 등과 친분이 있다며 한전 사장에 발탁해주겠다고 속여 한전 전 고위간부 ㄱ(65)씨에게서 2억600만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임아무개(55·건축업)씨를 구속했다. 또 청와대 고위 인사와 인척 관계라고 속여 같은 ㄱ씨에게 2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아무개(51·건축업)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는 2003년 3월 “염동연씨와 형, 동생 하는 사이이며, 고검장이 친동생”이라고 속여, 한전 사장에 공모하려던 ㄱ씨에게 사장이 되도록 해주겠다며 세차례에 걸쳐 2억600만원을 받아 주식투자 등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염동연씨는 민주당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주요 공직자를 추천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경찰은 “ㄱ씨가 2002년 5월 한전에서 퇴직한 뒤 사장을 하기 위해 매제인 ㄱ(58·건설업)씨와 함께 정·관계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임씨가 접근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국회의원과 골프를 치러 간다며 매제 ㄱ씨의 승용차까지 빌리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같은 달 이씨도 ㄱ씨에게 접근해 “청와대 문재인 수석과 사돈지간으로, 그에게 부탁해 한전 사장이 되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받은 돈을 생활비로 쓰거나 빚을 갚는 데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씨는 ㄱ씨가 보는 앞에서 문 수석과 통화를 하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씨와 이씨 모두 친분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들과는 한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ㄱ씨가 사장에 임명되지 않아 사기행위가 드러나자 임씨는 1억원을, 이씨는 2억원을 돌려줬다.

변호사·일본기자도 ‘한탕’ 시도
“청와대집행관” 이란 일당과 “350억 주면…”
가짜 ‘문수석 편지’로 농협에 공사청탁도

■ 변호사도, 기자도 청와대 사칭 = 경찰은 또 3월 청와대 문재인 수석이 편지를 보낸 것처럼 꾸며, 농협 지점들의 내부장식공사 수주를 부탁한 혐의로 일본 ㅇ신문의 청와대 담당 기자인 이아무개(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2003년 추석 때 받은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자필 서명이 적힌 선물상자에 술과 한과를 채워 넣은 뒤, 문 수석 이름의 편지를 농협 서울본부장 앞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신이 7천만원을 투자한 친구의 피시방 사업이 실패하자 친구의 인테리어 사업을 도우려고 이런 일을 꾸몄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청와대 ‘집행관’을 사칭한 곽아무개(52·수배), 권아무개(51·구속)씨와 짜고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터(시가 5천억원 상당)를 1650억원에 사도록 해주겠다며 ㅊ(38·부동산업)씨로부터 계약금으로 350억원을 받아내려 한 혐의(사기 미수)로 이아무개(50) 변호사를 수배했다.

이씨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ㅊ씨에게 “옆방에 있는 곽씨 등은 정부 구조조정 물건을 처리하도록 위임받은 사람들”이라고 속이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1억원을 물어주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까지 써줬다고 경찰은 전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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