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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루탄 대신 물대포

등록 2008-06-10 19:56

백골단 투입해 시위 진압하더니 컨테이너로 진입 막아
1987년 6월 항쟁과 2008년 6월의 촛불은 많이 닮은 듯 다르다.

87년 6월10일 서울에서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성격의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노태우씨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민주정의당 전당대회고, 또다른 하나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6·10 국민대회’였다. 정확히 21년이 지난 2008년 6월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는 ‘100만 촛불 대행진’이 열렸다.

87년 이날 서울은 매캐한 최루탄이 도심을 가득 메웠다. ‘백골단’으로 불린 사복 체포조와 시위대의 숨바꼭질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금 경찰은 ‘컨테이너’로 시위대 앞을 가로 막는다. 최루탄과 곤봉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물대포와 소화기가 새로운 진압 도구로 등장했다.

21년 전 민심을 자극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였다. 박종철·이한열 두 젊은이의 죽음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21년 뒤 민심을 뒤흔든 것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 ‘강부자’ ‘고소영’ 인사,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들이 시민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했다.

집회의 모습도 달라졌다. 결연함과 절박함 대신 놀이와 풍자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쇠파이프로 무장한 ‘사수대’도, 전경을 향해 날아가는 화염병도 없다. 87년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운동본부의 참여단체로 행사를 주도했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거리에서 ‘왕따’가 된 점도 다르다.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다. 21년 전 경찰은 6·10 대회 행사장인 서울 태평로 성공회대성당을 아침부터 봉쇄했다. 21년 뒤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세종로 네거리를 육중한 컨테이너를 동원해 가로 막았다.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대국민 담화나 민심 수습용 카드로 개각을 거론하는 정부와 청와대의 수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민심의 동향에 대응하는 속도는 이전보다 빠르지 않아 보인다. 21년 전 전두환 정권은 6·10 대회를 보름 앞두고 국정쇄신용 카드로 당시 노신영 국무총리와 장세동 안기부장 등을 해임했다. 이명박 정부는 소폭이냐, 대폭이냐를 놓고 개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최대 인파가 쏟아져 나온 당일에야 내각 총사퇴 카드를 꺼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87년 6·10 국민대회 때는 전국 22개 지역에서 40여만명이 참가했다. 당시 행동 강령은 △오후 6시 자동차 경적 △전국 교회·사찰의 타종 △태극기 지참 등이었다. 21년 뒤 촛불대행진에도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했다. 행동 강령에는 ‘자동차 경적’ 말고도 △조·중·동에 항의글 보내기 △지인 10명에게 참가 선언 문자 보내기 등이 포함됐다.

‘10일 이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21년 전에는 명동성당에 고립된 사람들이 민주화 투쟁의 끈을 이어갔다. 6·10 국민대회 이후 ‘6·18 최루탄 추방대회’와 ‘6·26 평화대행진’으로 이어지며 결국 ‘6·29 선언’으로 정권의 항복을 받아냈다.

길윤형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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