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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협상 할 때까지”…도심 ‘촛불의 바다’로

등록 2008-06-10 22:40수정 2008-06-11 02:42

6·10 100만 촛불집회 상황.
6·10 100만 촛불집회 상황.
6·10항쟁이후 최대…축제하듯 집회
화가들은 컨테이너에 ‘조롱 그림’ 그려
정운천장관 현장갔다 항의 받고 돌아서
촛불을 든 시민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10일 밤 세종로 네거리에 설치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연단 너머로 이날 아침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장벽이 눈에 밟혔다. 컨테이너는 시민들과의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물처럼 보였다. 시민들은 컨테이너벽에 “경축!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붙였다. 컨테이너 앞으로 ‘이명박 심판’ ‘전면 재협상’이라고 쓰인 빨간 애드벌룬이 바람에 나부꼈다.

세종로 네거리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행렬은 동화면세점과 파이낸스빌딩, 서울 시의회,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프라자호텔 옆의 한화빌딩까지 이어졌다. 대책회의의 연단에서 행렬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70만명, 지방 30만명을 합친 100만명의 시민이 촛불을 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서울에서 8만여 시민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거리에서 즉석 생일 잔치도

‘100만 촛불대행진’은 저녁 7시20분께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됐다. 행렬의 끄트머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이 힘차게 팔을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5호선 광화문역에서 사람들이 쏟아졌다. 6월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사람들의 열기로 데워졌다. 상인들은 번데기·옥수수·고구마 튀김을 쌓아놓고 팔았다. 종이컵에 양초를 묶은 ‘촛불 세트’는 400원에 팔렸다.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는 ‘쇠고기 재협상 실현과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청원 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나타났다. 수행원들에 둘러싸인 손학규 대표가 시민들을 향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전 의원, 박영선 의원, 우원식 전 의원 등이 펼침막 앞에서 시민들과 악수했다. 마이크를 쥔 송영길 의원의 목소리는 시민들의 함성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촛불집회 최대 히트곡으로 떠오른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맞춰 빨간 손팻말을 흔들었다. 민주노총 사회연대연금노동조합은 종이컵에 ‘연금법 개악 반대, 이명박 퇴진’ 구호를 붙였다. 깃발들은 도로 가장자리로 옮겨져 나란히 펄럭였다. 시민들 상당수는 가슴에 ‘근조 열사정신 계승, 쇠고기 전면재협상’이라고 쓰인 검은 리본을 달았다. 경찰의 컨테이너 저지선은 시민들의 조롱 대상이 됐다. 시위대는 컨테이너에 ‘이명박 아웃’ ‘해고통지서 이명박’ 등이 적힌 스티커와 태극기 등을 잔뜩 붙였다. 민족미술인협회 소속 화가 10여명은 여러색의 분필로 가로 5m, 세로 7m 크기의 쥐 그림을 그렸다.

저녁 7시30분께 집회가 시작되자 사회를 맡은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넥타이부대, 주부, 대학생 등을 거론하면서 “다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시민들은 일제히 “네!” 하고 큰 함성으로 답했다. 7시40분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갑자기 집회 현장에 나타났다. 이에 박 실장은 “국민들이 스크럼을 짜고 단 한 발짝도 국민의 광장에 더러운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자”고 외쳤다. 시민들은 거친 야유를 보냈고, 정 장관은 시민들에 떠밀려 집회장으로 들어서지도 못했다. 정 장관은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책임을 지러 왔다. 나도 자유발언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김진일 활동가는 “정 장관은 국민한테 신뢰를 잃었고, 시민들을 흥분하게 할 수 있어 오지 말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매국노!”를 외치며 정 장관을 몰아냈다. 물병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중앙무대 행사에서 가수 안치환은 <광야에서>를 불렀고, 양희은은 <아침이슬>을 불렀다. 노래 소리에 맞춰 촛불이 넘실거렸다.

봉준호감독 “사진 담으려 나와”


거리행진은 8시30분께 시작됐다. 시민들은 종각·서대문·남대문 세 갈래로 나뉘어 행진을 시작했다. 종로 쪽 시민 행렬은 옛 한국일보 터 근처에서 경찰의 컨테이너벽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시민들은 바닥에 앉아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부르며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남대문 쪽 행렬은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어청수는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서대문 쪽 행렬도 사직터널 앞에서 경찰의 컨테이너벽에 막혔다. 시민들은 “컨테이너에 인화물질인 그리스가 발려 있으니 촛불을 가까이 대지 말라”고 외쳤다.

시청앞 광장 근처에는 밤 9시께부터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축제가 시작됐다. 통기타 동호회 회원들은 둥글게 모여 연주를 했다. 놀이동산에 가면 볼 수 있는 키다리 복장을 한 남성 10여명은 촛불을 든 채 어기적거리며 인파 사이를 돌아다녔다. 스탭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영화감독 봉준호씨는 “시민들이 모인 장관을 사진으로 담아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10여명의 대학생들은 거리에서 생일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서른번째 생일을 맞는다는 유승균(29)씨는 “6월11일이 생일이라 케익을 준비해 왔다. 수십만명이 함께 생일 축하 촛불을 들어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길윤형 김성환 황춘화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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