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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구 피랍 초등생 2주만에 주검으로

등록 2008-06-12 22:55수정 2008-06-13 01:54

집에서 2km 떨어진 산속서 숨진채 발견
경찰 “납치범이 살해 뒤 계곡에 던진 듯”
지난달 30일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자신의 집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에게 납치된 허은정(11·초교 6학년)양이 2주 만인 12일 숨진 채 발견됐다.

■ 결국 주검으로 대구 달성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께 허양의 집에서 2㎞쯤 떨어진 유가면 용밭골 8부 능선에서 허양의 주검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허양은 골짜기 옆 비탈길에 엎드린 채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허양의 옷은 주검으로부터 400m 떨어진 6부 능선의 나뭇가지에 걸쳐진 채 발견됐다.

허양이 납치된 것은 지난달 30일 새벽 4시10분께 자신의 집에서다. 허양은 당시 작은방에서 동생과 잠을 자던 중 할아버지(72)가 혼자 사는 큰방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허양의 할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와 ‘한 번 죽어 봐라. 당신은 맞아야 돼’라고만 말한 채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그 뒤 이 남성은 자신을 말리는 허양을 끌고 갔다고 허씨는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허양의 여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한 이웃 주민은 “‘할아버지가 다쳤고 언니가 사라졌어요. 마루에 피가 있어 무서워요’란 허양 여동생의 말을 듣고 달려가 보니 할아버지가 다친 채 이불을 쓰고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고 진술했다. 허양은 각각 다른 지역에서 6년째 별거 중인 부모와 떨어져 초등학교 4학년인 동생 및 할아버지와 월세 5만원인 집에서 어렵게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수사와 의문점 경찰은 납치 이후 단 한 차례도 협박이나 금품요구가 없었던데다 할아버지 허씨를 먼저 깨워 폭행한 점 등으로 미뤄 개인적인 원한으로 폭행을 하다 이를 목격한 허양을 우발적으로 납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을 수사해 왔다. 지난 3일부터는 실종아동 경보시스템인 앰버경보를 발령하고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할아버지 허씨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데다 공개수사 뒤에도 신빙성 있는 제보가 없어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허양의 집에서 반경 5㎞ 지역에서 집중 수색을 벌였다. 대구 달성경찰서 안재경 수사과장은 “원한관계 및 주변 불량배나 면식범에 의한 범행이나 성범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허양의 주검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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