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전투경찰(경찰)이 12일 “촛불시위 진압에 나서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며, 국방부 및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전환복무 해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투경찰로 1년4개월 동안 복무해 온 이아무개 상경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했으나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경으로 차출됐다”며 “부당한 전경 전환 복무를 해제하고 육군에서 남은 복무기간을 채우기를 원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촛불시위 진압에 동원되지 않았지만 나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게 시위 진압에 나서는 일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행정심판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 상경은 이날 행정심판위원회에 육군으로의 복무 전환과 함께 자신의 전경 복무 기록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전투경찰은 일선 경찰서 간부들의 운전병으로 일하거나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의경 제도의 근거가 되는 전투경찰대 설치법에도 규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최근에는 촛불집회와 관련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을 강화해 경찰에 불리한 내용은 신고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는데,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전경 복무가 더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2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력적인 진압은 시민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이에 동원된 전·의경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국제사회 유례없는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전·의경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당시 4명의 헌법재판관은 “전·의경 복무는 국방의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참여정부도 2007년 인권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2012년까지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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