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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수단체 촛불집회 ‘폭행’…시민들 촛불지키기 ‘맞대응’

등록 2008-06-13 23:12수정 2008-06-14 02:37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인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를 난입해 현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문화방송노동조합 제공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인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를 난입해 현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문화방송노동조합 제공
시민들에 “뭘 안다고…이게 다 빨갱이짓”
MBC앞 LPG 밸브 열고 화염방사 과격행동
서울광장 1만명 “공영방송 지키자” 여의도로
한강 넘어 행진…한나라 당사앞 규탄시위도
고엽제전우회 등 주도

촛불문화제에 대응한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 양상이 갈수록 과격·폭력화하고 있다. 고엽제전우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13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몸싸움을 걸고 욕설을 해댔다. 또 저녁에는 “방송사가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며 방송사의 담을 넘어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어떻게 지켜낸 나라인데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드느냐”며 촛불집회를 비난했다.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를 난입한 고엽제전우회 회원 중 일부 회원이 상의를 벗은 채 정문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문화방송노동조합 제공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를 난입한 고엽제전우회 회원 중 일부 회원이 상의를 벗은 채 정문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문화방송노동조합 제공

■ “편파방송 혼내주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예정된 집회를 마친 뒤 갑자기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으로 몰려갔다. 공식 차례에는 들어 있지 않은 행사였다. 이들은 이날 행사에서 특히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의 편파 왜곡 보도가 사회 혼란과 국정 혼란, 국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방송사 성토에 비중을 뒀다. 일부 회원들은 고엽제전우회의 응급구조차량과 버스를 나눠 타고 여의도로 가서 오후 6시께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방송 쪽으로 간 600여명은 정문 앞에서 “정연주 사장 퇴진”을 외쳤다. 곧이어 이들은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에 항의해 한국방송 담을 둘러싼 채 촛불집회를 벌이던 시민들 쪽으로 이동해 시비를 걸었다. 일부 회원들은 촛불을 든 학생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치고 얼굴을 태극기 막대로 툭툭 쳐 “왜 때리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확성기 차량을 촛불 시위대 쪽으로 들이밀기도 했다. 시위대는 “비폭력, 비폭력”을 외쳤고, “할아버지 함께해요”를 외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촛불 시위대에게 “너희들이 뭘 안다고 이러냐?”, “이게 다 빨갱이 짓”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밤 9시20분께 대표 3명이 보도국장을 만나고 나온 뒤 철수했다. 이들은 “우리 주장과 상대 주장을 같은 비율로 방송할 것을 요구했다”며 “한국방송도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앞서 500여명이 몰려간 문화방송 쪽에서는 일부가 담을 넘으려고 시도하며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은 고무호스가 장착된 가정용 엘피지 가스통의 밸브를 열고 화단을 향해 한차례 화염을 방사해 경찰이 소화기로 긴급 진화하기도 했다. 이들은 “문화방송이 아직 광우병에 걸리지도 앉은 소가 쓰러지는 모습 등을 내보내 정국에 혼란을 줬다”며 “여론을 혼란시키지 말고 공정한 보도를 하라”고 요구했다. 경찰과 2시간여 대치하던 회원들은 저녁 8시께 문화방송 직원과 면담한 뒤 “문화방송이 뉴스와 인터넷 누리집 등에 우리 주장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타고 온 차량을 나눠 타고 다시 한국방송으로 이동했다. 한 회원은 “여기(엠비시)는 비(B)급 빨갱이야. 한국방송이 에이(A)급 빨갱이라 거기로 간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에서도 시민과 마찰 앞서 5천여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 곳곳에 흩어진 촛불집회 지지 단체 및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들은 광장 주변을 빙 둘러쳐놓은 천막들을 부수고 재협상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도 모두 철거했다. ‘광우병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시민농성단’이 차려놓은 책상과 홍보물도 이들에 의해 부숴졌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몸싸움을 벌였으며 수적으로 열세였던 시민들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미술단체 ‘그림공장’ 회원인 김주철(39)씨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그림 30여점을 전시했는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갑자기 다가와 빨갱이라고 하며 그림을 부쉈다”며 “일부 회원들은 얻어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은 ‘재협상은 대한민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든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나와 보수단체 회원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서 총장은 “촛불집회가 초반 순수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정치 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며 “일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들이 몰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송경화 김성환 기자 haojune@hani.co.kr


대응나선 시위대

13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1만여명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진입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회를 마친 뒤 여의도 한국방송을 향해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다. 이종근 기자<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13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1만여명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진입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회를 마친 뒤 여의도 한국방송을 향해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다.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서울 도심을 누비던 ‘촛불’이 13일 한강을 건너 여의도로 향했다. 이날 여의도로 향한 시위대의 목적은 “공영방송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이는 향후 촛불집회가 ‘쇠고기 재협상’ 주장을 넘어 사회공공성 확보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위대는 또 한나라당 당사 앞으로 몰려가기도 해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던 2만여명의 시민들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으로 몰려가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민들은 “원하는 사람은 한국방송이 있는 여의도로 행진하자”는 주최 쪽의 방송을 들었고, 1만여명의 시민들은 이에 동의해 “공영방송을 지켜내자”며 마포대교를 넘어 여의도로 행진했다. 시위대가 여의도로 향하면서 한때 한국방송 앞에 모여 있던 고엽제전우회 회원들과 충돌이 우려됐으나, 회원들이 시위대가 도착하기 전에 해산해 큰 충돌은 없었다.

여의도에 도착한 시위대는 한국방송 앞 거리를 50~60개의 깃발과 함께 가득 메운 채 “언론장악 왠 말이냐, 공영방송 지켜내자”, “촛불시위 정당하다, 최시중도 물러가라”고 외쳤다. 한국방송 앞 화단에는 미선·효순양의 영정사진이 내걸렸으며, 먼 거리를 걸어왔던 시민들은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방송 노조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현상윤 피디는 집회 무대에 올라 “촛불 개미군단 여러분이 감동스럽다. 잘 나지도 못하고 밥값도 못하는 한국방송을 지키기 위한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위해 한국방송이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시청 앞 시위대가 도착하기에 앞서 한국방송 앞에는 1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기도 하고, 산책 차림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과, 양복에 가죽가방을 든 50대 남성들이 뒤섞여 있었다. 10시35분께 한국방송 건물 3층 창가로 촛불 3개가 세워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힘내라, 힘내라”를 외쳤고, 안에 있는 직원들은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한 50대 남성이 발언대에 나와 “어용노조 퇴출하라, 유인촌은 양촌리로, 어청수를 구속하라”고 외치자, 시민들은 “아저씨를 국회로”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한국방송 힘내세요”, “정연주를 지켜내자”, “문화방송도 힘내세요” 등의 구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밤 11시10분께 시청 앞 시위대가 이들에 합류하면서 두 촛불 시위대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한국방송 앞에 모인 시민들 가운데 5천여명은 다시 이날 자정께 한나라당사 앞으로 행진했으나, 경찰은 이미 경찰버스 등을 동원해 당사 주변을 모두 에워싼 뒤였다. 시민들은 당사 주변 골목길을 가득 채운 채, “이명박은 물러나라, 한나라당이 나서 재협상을 추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12시20분께 주최 쪽에서는 계란을 준비해와 “팔 힘이 좋으신 시민들 나와라”고 공지했고, 시민들 20여명이 나와서 당사를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여의도로 향한 시위대와 관련해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팀장은 “시민들의 재협상 요구에 끄떡도 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며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해 쌓여온 불만들이 하나둘 폭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쇠고기 재협상 외에도 현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진환 김성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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