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동해건어물’ 사장 김영희(37·사진)
‘주문진 오징어’ 표현 안된다해…
“주문진 오징어라고 하면 허위광고가 되더라고요. 동해에서 잡아 주문진에서 말린 오징어라고 해야 된다는 거죠. 말이야 그게 맞긴 한데 ….”
강릉 ‘동해건어물’ 사장 김영희(37·사진)씨가 ‘일’을 냈다. 2005년 건어물 가게 사장 3년차에 접어든 김씨는 케이블 방송에 가게 광고나 한번 내볼까 하는 생각에 지역 방송사 문을 두드렸다. 돌아온 말은 “방송광고는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오징어 하나 팔겠다는데 무슨 서류가 그렇게 많고 복잡한지, 슬슬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물고 들어가는 광고 사전심의에 ‘화딱지’가 난 김씨는 결국 헌법재판소에 “광고 사전심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리고 헌재는 지난 26일 광고 사전심의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오징어는 북한에서 물길을 타고 속초, 주문진, 울진 이렇게 내려오거든요. 그런데 사심 없이 ‘우리나라에서 잡힌 오징어’라는 맥락으로 ‘주문진 오징어’를 쓰려 해도 안 된다는 것이에요.”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근처에 있는 김씨 가게의 오징어는 주문진에서 오징어 덕장을 하는 아버지가 직접 말린 오징어를 들여온 것들이다. “김치 담그는 손맛에 따라 집집마다 그 맛이 다르듯이 오징어도 말리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달라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우리집 오징어요? 당연히 맛있죠.”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한 뒤 2002년부터 남편과 함께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4살짜리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다. ‘광고계도 어쩌지 못한 수십년 숙원을 풀어줬다’는 말에 김씨는 “우리 사회가 ‘오픈’되는 시기여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답답한 마음에 주변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니다 보니 광주주협회 쪽 사람들한테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구상한 ‘광고 콘셉트’가 궁금해졌다. 사장님이 직접 등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여느 지역 유선방송에 나오는 그런 광고가 떠올랐다. “진짜로 한번 출연해 볼까요?” 김씨는 정신없는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오징어철인 가을께 방송광고를 낼 생각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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