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이스 갈람토(39·경북 영천시·왼쪽)와 조나베스 타나엘 알(25·경북 경산시·오른쪽)
그레이스·조나베스, 경북서 원어민 강사로
이민여성 지원프로 덕분…“편견 줄여 행복”
이민여성 지원프로 덕분…“편견 줄여 행복”
“지역을 이끄는 공무원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해요.”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 여성 그레이스 갈람토(39·경북 영천시·왼쪽)와 조나베스 타나엘 알(25·경북 경산시·오른쪽)은 요즘 한 주에 두번씩 대구시 북구 동호동에 있는 경상북도 지방공무원 교육원으로 출근한다. 경북도 공무원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을 비롯해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 여성 4명은 지난 3월부터 ‘6급 공무원 중견간부 양성과정(1년 과정)’ 회화강의를 맡고 있다. 강의는 한국인 강사 3명과 이들 필리핀 출신 원어민 강사의 교차수업으로 진행한다. 이들은 이를 위해 경북도와 계명대가 올해 초부터 시행한 ‘결혼이민 여성 방과후 교사 양성과정’을 거치고 발음 등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했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마친 그레이스는 1999년 한 종교단체의 소개로 경북 영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지금의 남편에게 시집을 왔다. 남편의 경제사정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문화적 차이와 생활고 등으로 힘겨운 결혼 생활을 해 왔다. 생활고 때문에 공장 생산직으로 일하다 얼마 전부터 영천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원어민 강사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올 초 경북도가 다문화가정 지원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한 원어민 교사 양성과정에 등록하면서부터다.
그레이스는 공무원 교육원 외에도 영천지역 초등학교 두 곳에서 원어민 방과후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8살, 6살 난 두 아이가 엄마가 선생님이란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며 “동남아 출신 결혼이민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도 이런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베스는 한국에 시집온 사촌의 소개로 남편과 여러 번의 만남 끝에 지난해 결혼했다. 그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원어민 강사 선발에서 떨어질 뻔했지만 원만한 성격으로 무난하게 강사 일을 해내고 있다. 조나베스는 “좋은 일자리도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 한국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조나베스의 유일한 걱정은 아이를 낳은 뒤에도 이 일자리에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조나베스는 “한국 공무원들도 서양인 원어민 강사보다 같은 아시아인 원어민 강사가 편하고 부담 없어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한다”며 “이런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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