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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제단 이틀째 시국미사 “우리는 인격으로 싸웁시다”

등록 2008-07-01 23:02수정 2008-07-02 01:52

각 종교계가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1일 오후 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열고 있다. 사제단은 평화행진을 한 후 자진해산했다. (연합뉴스)
각 종교계가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1일 오후 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열고 있다. 사제단은 평화행진을 한 후 자진해산했다. (연합뉴스)
1일 저녁 6시30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작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 시국미사는 50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시작됐다. 군데군데 미사보를 쓴 여성들이 자리에 함께 했고, 미사와 동시에 두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 집전 아래 시작된 미사는 ‘대한민국 헌법1조’ 노래를 성가로 봉헌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인국 신부는 이날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여러분 왜 이리 늦게 오셨어요? 소통과 화해를 위한 이 광장을 빼앗길까봐 저희 사제단은 천막을 치고 이 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분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와 지지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김 신부의 연이은 발언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김 신부는 “비폭력은 인격의 키입니다. 인격이 높은 사람은 자기보다 작은 사람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는 인격으로 싸웁시다”라고 말해,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신부는 이어 예의에 대해 강론했다. “어제 우리는 숭례문으로 행진했습니다. 숭례는 예의를 높인다는 뜻입니다. 예의란 무엇이 먹을 것인지, 무엇이 먹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라며 “시궁창에 떨어진 쌀 한톨을 그 정성을 생각해 먹을 수 있는 예의, 먹지 말아야 할 뇌물 같은 것을 먹지 말아야 할 예의, 지금 정부에는 그 예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 대해 논하며, “제가 지난해 본의 아니게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 우리나라의 높은 분들의 뇌물 관행에 대해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임채진 검찰총장이 ‘어제 시위는 전문 시위꾼들이 주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300여명의 사제단이 시민들 사이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한 자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예루살렘을 행진하는 예수님과 그 사도 같았다’고. 맞습니다. 그런 모습을 말하는 것이라면 예수님과 저희는 모두 전문 시위꾼이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중앙지방법원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벌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해, 삼성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는 삼성에도 쓴소리를 냈다.

각 종교계가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1일 오후 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마친 후 백합꽃을 들고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종교계가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1일 오후 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마친 후 백합꽃을 들고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밤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마친 정의구현사제단과 시민들이 행진을 하자 여경들이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밤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마친 정의구현사제단과 시민들이 행진을 하자 여경들이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8시께 시작된 이날의 가두 행진은 침묵 속에 진행됐다. 김 신부는 “우리는 소리 높여 ‘우리가 옳다’고 이야기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정당한 것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웃음과 미소로 시민들에게 다가서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침묵 시위를 제안했다. 순결을 뜻하는 백합과 십자가를 앞세운 사제단의 뒤로 5000여명의 시민들은 침묵 속에 숭례문 - 한국은행 - 을지로 입구 - 시청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걷는 서울 도심의 거리 위에는 교통통제를 위한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와 취재진의 셔터 소리만이 가득했다. 미소를 지으며, 경건한 침묵 속에 진행된 행진 행렬은 거리의 시민들에게도 이채로운 풍경이었다.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행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한 시민은 “마침내 아름다운 시위 모습을 봤다”며 버스 정류장에서 거리로 나서 시위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대학생은 “한달째 상경해 모든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사제단의 등장으로 시민들이 다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경찰의 시위 방해는 계속 됐다. 서대문에서 시청으로 향하는 고가도로 근처에서 이날 오후 4시15분께 끝나는 지점인 중앙일보 사옥 옆에서는 언론노조 소속 방송차량의 시청 진입을 둘러싸고 경찰과 시민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경찰은 “서울청 교통안전부에서 차량 통행금지 지시를 받았다”며 막무가내로 차량을 막았고, 차를 운행하던 언론노조 관계자는 “이 차량은 언론노조 소속이고 언론노조가 있는 서울 시청 옆 프레스센터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했다. 또 이날 오후 2시30분께에는 광화문 우체국 뒷골목에서 경찰 차벽용으로 주차된 전경버스 한대가 원인 미상의 화재로 전소되는 사고도 있었다. 소방당국은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발화 이유 등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송경화 허재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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