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정부와 보수언론에 맞설 자신감 생겼다”
1일 저녁 8시께,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마친 7천여 시민들은 침묵 속에서 평화행진을 시작했다.
전날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이 이끈 행진과 마찬가지로 시청~숭례문~한국은행~을지로 입구를 지났지만, 이날 행진에선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와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대답 없는 정부를 향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목놓아 외치던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때론 ‘침묵’이 ‘함성’보다 더 강렬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김인국 신부는 “우리는 인격의 크기와 예의로 싸워야 합니다. 오늘 행진에서는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미소로 서로를 품을 수 있도록 합시다”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미사를 집전하는 동안 “어제 우리가 숭례문으로 행진을 했는데, ‘숭례’는 예를 높인다는 뜻”이라며 예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 신부는 “무엇이 먹을 것이고 무엇이 못먹는 것인지를 가리는 것이 예의 첫번째입니다. 시궁창에 떨어진 쌀 한톨도 주워 먹을 수 있는 것이 예입니다.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은 먹지 않는 것 또한 예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웃음과 박수 속에 촛불집회의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충북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대학생은 “사제단이 함께해 시민들의 마음속에 다시 촛불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떠오른 것 같다”며 “불법과 폭력이라고 우리를 매도한 정부와 보수 언론에 다시 맞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목고에 다니느라 집에 자주 오지 못하는 딸의 부탁을 받고 대신 촛불집회에 나왔다”는 노정식(47)씨는 지하철역에서 산 장미꽃을 사제단에 건넸다. 노씨는 “사제단에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고 평화로운 촛불의 큰 힘을 다시 되찾은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시위는 밤 9시40분께 함성과 노랫소리 속에 끝마쳤다. 시민들은 “너무 일찍 끝나는 것 아니냐”면서도 웃음을 먹음고 집으로 향했다. 시민들의 외침과 같이 “촛불은 승리했다!”
노현웅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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