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법 시행 뒤엔 국가귀속” - 행정법원 “귀속결정 이전엔 못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땅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 시행 뒤에 샀더라도, 국가 귀속 결정 이전에 매매가 이뤄졌다면 국가가 이 땅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다른 법원이 “국가 환수가 합당하다”고 판결한 지 3일 만에 정반대의 판결이 나와 상급심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종필)는 4일 청송 심씨 효겸공파 종중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친일 재산의 국가 귀속 효력은 친일재산조사위가 귀속 결정을 한 시점부터 발생한다”며 “귀속 결정 전에 매매가 이뤄졌으므로 국가가 환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별법 시행 이후 취득한 재산을 일괄적으로 국가에 귀속하는 것은 제때 과거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 국민 모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친일행위자나 그 후손과 관련없는 제3자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청송 심씨 효경공파 종중이 일제 강점기에 중추원 고문을 지낸 고희경의 후손으로부터 사들인 경기도 연천군의 땅 6500㎡에 대해 “특별법 시행일인 2005년 12월29일 이후(2006년 8월) 매매됐으므로 소유권 이전등기는 무효”라며 지난해 11월 국가 귀속 결정을 내렸다. 이 종중은 “친일 재산임을 알지 못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고 샀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의정부지법은 지난 1일 특별법 시행 뒤 친일재산을 사들인 곽아무개씨가 낸 소송에서 “특별법 시행 이후에 취득한 토지는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며 반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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