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6일 저녁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을 막고 있다. 서울광장 안에서는 경찰이 봉쇄하기 전에 들어갔던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촛불광장 또 원천봉쇄 파장
‘국민 승리’ 촛농 마르기도 전에 경찰 돌변
“시민 통행조차 왜 막나” 곳곳에서 실랑이
‘국민 승리’ 촛농 마르기도 전에 경찰 돌변
“시민 통행조차 왜 막나” 곳곳에서 실랑이
‘촛불 광장’이 다시 봉쇄됐다.
6일 오후부터 경찰 15개 중대과 전경버스 30대가 시청앞 광장을 뺑 둘러싸 시민들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전날 20여만명의 함성이 모여 ‘국민 승리’를 선포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경찰이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막은 것은, 지난달 29일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비상 시국미사 이후 ‘비폭력 평화시위’를 이어온 지 일주일 만이다.
광장 봉쇄 전 미리 광장에 들어가 있던 시민 1천여명은 경찰에 둘러싸인 채 저녁 7시께 60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경찰의 갑작스런 광장 봉쇄에 맞서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가 주관하는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독교 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인 김경호 목사는 “여러분이 든 촛불은 아름답다”며 “양심의 힘이 꺼지지 않는 한 어떤 폭력 권력도 촛불을 끄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평화집회를 보장하고 재협상을 실시하라”고 외쳤다. 서울시 쪽이 이날 낮 천막을 강제철거해 예배는 맨바닥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광장으로 향하는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도 완전히 막았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광장을 잇는 5번 출구는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병력 2개 중대가 막아섰다. 을지로 국가인권위에서 광장을 잇는 길목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가로막힌 시민 30여명은 “시민들의 자유 통행을 막는 게 누구 법이냐”고 흥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장시간 교통방해를 하지 않는 한 집회 원천봉쇄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경찰은 “그동안 대규모 촛불집회에서는 시민들을 통제할 여력이 없어 사실상 방관했지만 이날은 집결 인원이 적어 규제할 수 있다”며 180도 태도를 바꿨다.
광장을 찾은 문종석(40·공인중개사)씨는 “차도로 나가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서 광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문씨를 제지했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며, 경찰을 ‘권한 남용’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저지선과 5번 출구 사이에 갇힌 강아무개씨는 “국민승리의 날 촛불이 꺼진 지 하루 만에 어떻게 이렇게 표변할 수가 있냐”며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말은 앞으로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세무사라고 밝힌 50대 남자는 출구 난간으로 올라가 “이게 무슨 파시스트의 나라냐. 80년대도 이렇진 않았다”고 소리쳤다. 프라자호텔 앞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한 40대 남성은 “평화 기조를 보이는 촛불집회를 다시 자극하려는 속셈 아니냐”며 “경찰의 이런 자의적인 대응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단식 기도를 마치고 광장에서 철수한 사제단도 충격에 빠졌다. 김인국 사제단 총무 신부는 갑작스런 경찰의 광장 봉쇄에 대해 “정부에 남은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도 깨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사제단이 단식을 끝낸 것은 집회가 더는 폭력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란 국민에 대한 신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거리행진도 막아섰다. 기독교 대책회의 목사와 시민들은 경찰 봉쇄로 거리행진이 불가능해지자, <대한민국 헌법1조> 등을 부르며 광장 안을 일곱차례 맴돈 뒤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길윤형 김성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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