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인터넷 사이트의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출국금지 조처 항의 글들.
광고중단 운동 위축 겨냥
“국외도피 우려도 없는데…”
법조계 안팎서 비판일어
“국외도피 우려도 없는데…”
법조계 안팎서 비판일어
■ 검찰, 누리꾼 출국금지 파장 ■
검찰이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누리꾼 20여명을 출국 금지하고 본격적으로 처벌의 칼날을 들이대려는 것에 대해, 위법성이 없거나 미약한 사안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출금 대상자들이 “악의적 게시물을 상습적으로 올린 게시자 또는 이를 관리한 네티즌들”이라고 설명했다. 광고를 낸 업체 이름과 전화번호, 누리집 주소 등을 ‘오늘의 숙제’라는 이름으로 올리며 적극 나선 누리꾼이나 관련 사이트 운영자가 주동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대검찰청 누리집 게시판은 8일 “나도 출국금지하라”는 등 수천 건의 항의글로 뒤덮였다. 실명으로 글을 싣는 게시판에 김아무개씨는 이날치 <조선일보> 광고주 명단과 전화번호를 올리며 검찰이 소비자의 기본권리를 제한한 명분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누리꾼들은 “여기가 조선일보 인터넷 대응팀인가요?” “중앙일보 기사 조작은 수사 안 하나요?” “오늘 농심제품 안 샀어요, 잡아가세요”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광고주 리스트를 올렸다고 출금시킬 정도라면 “국민들 반 이상은 잡아가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번 수사가 애초 무리라는 지적을 내놓던 법조인들도 검찰의 강수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광고주 명단을 올리거나 광고주에게 전화해 상품 불매 의사를 밝히는 정도는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명예훼손죄 조항은 불특정 다수가 알도록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사람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하지만 ‘오늘의 숙제’와 같은 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위력’ 사용이 밝혀져야 하는데다,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운동의 범주를 넘어선 과도한 것인지가 규명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100명이 전화를 걸어 ‘당신네 상품 안 사겠다’고 말했다 해서 광고를 중단했다면, 협박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걸 소비자의 권리로 인정하고 경영에 유리한 쪽으로 판단한 결과로 봐야 한다”며 처벌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다른 판사는 “(‘오늘의 숙제’를 보고 누리꾼들이) 전화를 해서 광고를 내리게 한 게 업무방해라고 하더라도 조직적으로 전화하게 했다는 걸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금 조처는 수사만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광고 중단 운동을 전면적으로 제압하려는 의도에서 취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저렇게까지 의지를 갖고 수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부분 일반인인데, 굉장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판사도 출금이 “효과적 압박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안에서조차 “벌금형 정도가 예상되는 누리꾼까지 출금한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은 민사 판례를 형사처벌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대거나, 광고주 압박 글의 삭제를 결정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거론하는 등 ‘최고 수사기관’으로서 옹색한 논리로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을 들어 왔다.
김지은 박현철 기자 mirae@hani.co.kr
김지은 박현철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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