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 일지
검찰발표…99년 대우퇴출 막으려 조풍언씨에 청탁 의뢰
로비 입증은 못해…김홍일씨, 조씨 부인에 30억 입금
로비 입증은 못해…김홍일씨, 조씨 부인에 30억 입금
김우중(72)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9년 그룹 퇴출을 막기 위해 당시 수백억원대의 정·관계 로비를 시도했던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로 돈이 건네졌는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9일 ‘대우그룹 구명 로비 의혹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12개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이 결정되기 두 달 전인 99년 6월 김 전 회장이 재미 사업가 조풍언(68·구속)씨에게 “정부 최고위층과 대통령 측근, 금융당국 고위 공무원에게 말해 자금 지원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로비 대가 명목으로 4430만 달러(당시 환율로 526억원)를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한테서 “조씨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게 로비를 했다고 호언장담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추적과 함께 관련자 조사를 벌였지만 의심 가는 돈 흐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씨 소유로 알려진 서울 관철동 삼일빌딩 구입 자금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60)씨가 조씨의 아내에게 출처가 불분명한 30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홍일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수십억원대의 대우정보통신 주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홍걸(45)씨에게 주겠다’는 조씨의 말을 듣고 이를 승낙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따라, 그룹 퇴출을 막기 위한 로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씨의 국외법인 계좌 거래 내역을 해당 국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그룹 국외금융조직인 비에프시(BFC)에서 4430만달러를 빼내 김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씨의 종이회사에 송금한 사실과 조씨가 이 돈으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등을 사들인 것을 확인했지만, 돈을 건넨 이유를 확인하지 못하고 내사중지했다가 지난 3월 조씨의 갑작스런 귀국으로 수사를 재개했다.
한편, 검찰은 17조여원대의 추징금이 선고된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으로 추징을 피하기 위해 허위 양도한 베스트 리미티드 코리아(옛 대우개발) 주식 776만주(1100억원대)를 압수조처했다.
이 회사는 경주 힐튼호텔,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 추징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추징금액에 견주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검찰은 조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김 전 회장은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월 사면된 김 전 회장은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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