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카드사 지점장 해고 정당”
‘해고 가혹’ 판단한 고법 판결 깨
‘해고 가혹’ 판단한 고법 판결 깨
직장 내 성희롱을 법으로 금지한 지 9년이 지난 상황에서 성희롱을 직장문화 탓으로 돌리거나 ‘별 생각 없이 했다’는 핑계는 안 통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카드회사 지점장 정아무개(47)씨는 2003년 사무실에서 여직원을 뒤에서 껴안거나 목과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했다. 휴일 저녁에는 전화를 걸어 “집이 비었는데 놀러 오라”고 하거나, 보고를 받으면서는 “열심히 했어. 뽀뽀”라는 말을 던지며 얼굴을 들이댔다. 회식 자리에서는 귀에 입을 맞추고 엉덩이를 쳤다. 심지어 자신이 일부 베어 문 상추쌈을 먹였다. 8명이 14차례나 이런 행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여직원들의 항의를 접수한 본사는 징계규정에 따라 정씨를 해고했지만,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로 복직했다. 이에 회사는 추가 성희롱 사실까지 적용해 다시 해고 조처를 내렸다. 이후 정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희롱은 맞지만, 성적 의도라기보다 격려 혹은 직장 내 일체감과 단결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야 한다. 왜곡된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해 형성된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때 해고는 가혹하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직장 내 성희롱이 사회문제가 된 1999년 이를 금지·징계하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된 이상, 평소 생활태도라거나 특별한 문제의식 없는 행동이었다는 이유로 그 행위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며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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