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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울산의 손자들에 ‘약손사랑’ 듬뿍

등록 2008-07-15 19:10수정 2008-07-15 19:33

울산 동구 방어동 하나유치원 보조교사인 이명애 할머니가 유치원생들한테 둘러싸여 구수한 목소리로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동 하나유치원 보조교사인 이명애 할머니가 유치원생들한테 둘러싸여 구수한 목소리로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유치원 보조교사 된 68살 이명애씨
현지 유치원 ‘명물’…교과부 지원사업 덕
젊은 교사들 “헌신적 모습에서 많이 배워”

“인생은 칠십부터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울산시 방어동 이명애(68)씨는 날마다 오후 1시50분이면 집을 나서 10여분 거리의 하나유치원으로 걸어서 출근한다. 유치원 교실 문을 열면 아이들이 “와~. 바울라 선생님 오셨다”며 이씨를 둘러싼다. 바울라는 가톨릭에서 성경에 나오는 전도자 바울의 이름을 딴 여성 세례명이다.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복지회관에서 취미활동을 하던 이씨는 지난해 5월 이 유치원의 교사가 됐다.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보조교사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했는데 50~60대 지원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합격했다. 당시 하나유치원은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육아 경험이 풍부한 50~60대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제공과 함께 유치원의 교육 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고자 교사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3세대 하모니사업’ 신청을 했다. 채용교사의 계약기간은 8개월, 월~금요일 하루 4시간 기준으로 교사 1명에 월 40만원이 지원됐다. 울산에선 182곳의 공·사립 유치원 가운데 20곳에서 20명의 50~60대 보조교사를 뽑았는데 이씨가 최연장자였다.

이씨는 오후 2~6시 부모의 맞벌이로 유치원에 남아 있는 종일반 아이들을 돌본다.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아준다. 갑자기 아이들이 아파서 젊은 여교사들이 어쩔 줄 몰라 할 때 응급처치도 그의 몫이다. 잠시라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습성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틈이 나면 교실 청소를 한다. 교실 밖 화단은 이씨가 도맡다시피 한다. 이쯤 되면 손녀와 딸 또래의 젊은 교사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교사 권지은(28)씨는 “친손자 대하듯이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많이 배운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지난 1월 교사를 그만둘 뻔했다. 계약기간이 끝나자 교육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치원에서는 이씨를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황길현(55) 원장은 “핵가족화로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져가는 세태에서 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만나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1년 동안 할머니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한테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머니 교사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 평가한 울산시교육청도 3세대 하모니사업에 대한 자체 예산을 확보해 이달부터 지역 유치원 91곳에 50~60대 여성 보조교사 1명씩을 지원하고 나섰다. 윤정혜 장학사는 “일부 유치원들이 어르신 교사는 ‘모셔야 한다’며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많은 할머니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이 예산을 계속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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