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 깨…처벌 관행 제동
신고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집회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처벌하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53)씨 등 2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05년 5월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가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한 ‘덤프노동자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덤프연대가 경찰에 신고하고 주최한 집회였지만 덤프연대는 위원장 등 소수만 참석한 반면, 플랜트노조 쪽에서 600여명이 참가했다. 손팻말 등도 플랜트노조가 준비한 게 대부분이었다. 플랜트노조는 2개 차로를 이용해 삼보일배를 했고, 경찰은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김씨 등을 기소했다.
1·2심은 “집회 목적과 주장된 내용 등에 비출 때 덤프연대가 신고한 집회와 실제 개최된 집회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아 미신고집회에 해당한다”며 벌금 50만원씩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진행 과정에서 애초 신고한 목적·장소·방법 등에서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를 미신고 집회로 볼 수 없다”며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과 집시법 취지를 염두에 두고 신고 내용과 실제 집회를 구체적, 개별적으로 비교한 뒤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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