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실장(부회장·왼쪽부터),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 현명관 전 삼성 비서실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littleprince@hani.co.kr
선고공판 법정 표정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 “그렇다면 10년동안 도대체 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 “그렇다면 10년동안 도대체 뭘…”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선고가 끝난 뒤 이학수 전 부회장과 오랫동안 귓속말을 나눴다.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의 주요 혐의에 무죄와 면소 선고를 내리자 이 전 부회장의 눈은 붉게 충혈된 터였다. 방청석의 다른 임원들도 ‘다음 재판을 위해 법정에서 나가 달라’는 법원 직원의 말에도 이 전 회장이 법정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결 표정이 풀린 이 전 회장은 ‘결과를 예상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건 예상하는 게 아니잖으냐”며 여유 있게 답했다.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도 “앞으로 계속 져나가겠다”고 말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법원을 떠났다.
앞서 비바람 부는 궂은 날씨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법원에 들어서던 이 전 회장은 한 60대 여성이 “회장님 용기를 내세요”라고 외치자 그 쪽을 바라보며 엷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전 회장 등 피고인 8명은 판결문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민병훈 부장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이 쏟아지자 조금씩 얼굴이 풀어지며 변호인이 받아 적는 선고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는 등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방청석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대해 무죄를 예상케 하는 부분을 재판장이 읽기 시작하자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해, 무죄가 선고되자 일부 방청객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 전 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대외적 대표를 맡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등 주요 임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취재진 200여명이 북새통을 이뤘지만, 공소유지를 맡은 특별검사 쪽은 나오지 않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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