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 등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희 삼성 전 회장 등에 대한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법조·시민단체 ‘에버랜드CB 무죄’ 법리 정면반박
“헐값발행도 회사 이익이란건 상법 어긋나
주주 손해 없다는 것도 대법 판례와 배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지난 16일 이건희 전 회장 등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 개혁적 법조·시민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17일 이번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지배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불법행위에 난공불락의 참호를 선물했다”며 무죄 선고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결의와 가격, 경위에 대해 재판부가 합법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점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액면가 이상으로만 사채를 발행하면 헐값이라도 회사 자산은 어쨌든 증가한다’는 삼성 쪽 논리를 받아들여 “회사 이사 등에게 신주 발행에 있어 최대한 많은 자금이 들어오게 할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 100만원 받을 수 있는 것을 50만원만 받아도 이득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은 “회사법은 신주 발행 때 객관적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적정가로 발행할 의무와 신·구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할 의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키지 않을 의무 등을 경영진에게 부과하고 있다”며, 액면가 이상으로만 전환사채 가격을 정하면 회사에 손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판결 취지를 반박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설령 이재용 전무에 대한 전환사채 발행이 주주배정이라고 인정하더라도, 헐값 발행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교과서적 법리에 불과하다”며 “상법을 보더라도 사전 공모를 통해 헐값으로 사채를 인수한 경우에는 불공정 차액을 회사의 손해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회사의 손해를 다룬 논문을 썼던 장덕조 서강대 교수(법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판결의 결정적 오류는 에버랜드 주주에게 손해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라며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그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재판부가 삼성 비서실의 지시와 에버랜드 이사회의 정족수 미달 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환사채가 이재용씨보다 먼저 계열사 주주에게 배정됐다는 형식론적 판단을 내린 것에도 “비서실의 막강한 역할 등 재벌 의사결정 구조의 특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시의 적정가격을 삼성의 주장보다도 낮게 책정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린 부분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의 배임 사건 재판부는 몇 년에 한 번 거래된 비상장주식 가격도 실거래가로 인정했는데, 이번 재판부는 국세청과 행정법원이 인정한 거래가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면죄부 바통’ 이어받기 꺼림칙?…고법 판사들 사건배당 ‘눈치’만 이건희(66) 전 삼성 회장 등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17일 특검이 항소함에 따라 이 사건을 맡게 될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 특검법’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선고일인 지난 16일로부터 2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수석부를 포함해 서울고법의 형사 재판부는 모두 12개다. 고법 형사부엔 부패·선거·외국인 등의 전담 재판부가 있지만 1심에서 삼성 사건처럼 ‘경제’로 분류된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는 없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판결을 어떻게 내리든 그런 대형 사건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각 형사부 모두 ‘우리에겐 안 오겠지’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형사수석부(재판장 길기봉), 허태학·박노빈씨의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던 형사5부(재판장 조희대)와 선거전담 재판부(형사 2부·6부) 정도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서울고법의 다른 판사는 “재판장 및 배석 판사들과 삼성·피고인들과의 학연이나 지연, 변호인들과의 관계 등 담당 재판부 선정에 고려할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삼성과의 ‘인연’도 관심을 끈다. 이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 허태학씨 등의 1심 변호를 맡아 ‘전환사채 헐값 발행은 배임죄가 안 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대법관들끼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 대법원장을 심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안팎의 의견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대법원장이 스스로 심리에서 빠지는 ‘회피’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주주 손해 없다는 것도 대법 판례와 배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지난 16일 이건희 전 회장 등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 개혁적 법조·시민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17일 이번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지배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불법행위에 난공불락의 참호를 선물했다”며 무죄 선고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결의와 가격, 경위에 대해 재판부가 합법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점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액면가 이상으로만 사채를 발행하면 헐값이라도 회사 자산은 어쨌든 증가한다’는 삼성 쪽 논리를 받아들여 “회사 이사 등에게 신주 발행에 있어 최대한 많은 자금이 들어오게 할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 100만원 받을 수 있는 것을 50만원만 받아도 이득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은 “회사법은 신주 발행 때 객관적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적정가로 발행할 의무와 신·구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할 의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키지 않을 의무 등을 경영진에게 부과하고 있다”며, 액면가 이상으로만 전환사채 가격을 정하면 회사에 손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판결 취지를 반박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설령 이재용 전무에 대한 전환사채 발행이 주주배정이라고 인정하더라도, 헐값 발행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교과서적 법리에 불과하다”며 “상법을 보더라도 사전 공모를 통해 헐값으로 사채를 인수한 경우에는 불공정 차액을 회사의 손해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회사의 손해를 다룬 논문을 썼던 장덕조 서강대 교수(법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판결의 결정적 오류는 에버랜드 주주에게 손해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라며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그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재판부가 삼성 비서실의 지시와 에버랜드 이사회의 정족수 미달 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환사채가 이재용씨보다 먼저 계열사 주주에게 배정됐다는 형식론적 판단을 내린 것에도 “비서실의 막강한 역할 등 재벌 의사결정 구조의 특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시의 적정가격을 삼성의 주장보다도 낮게 책정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린 부분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의 배임 사건 재판부는 몇 년에 한 번 거래된 비상장주식 가격도 실거래가로 인정했는데, 이번 재판부는 국세청과 행정법원이 인정한 거래가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면죄부 바통’ 이어받기 꺼림칙?…고법 판사들 사건배당 ‘눈치’만 이건희(66) 전 삼성 회장 등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17일 특검이 항소함에 따라 이 사건을 맡게 될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 특검법’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선고일인 지난 16일로부터 2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수석부를 포함해 서울고법의 형사 재판부는 모두 12개다. 고법 형사부엔 부패·선거·외국인 등의 전담 재판부가 있지만 1심에서 삼성 사건처럼 ‘경제’로 분류된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는 없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판결을 어떻게 내리든 그런 대형 사건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각 형사부 모두 ‘우리에겐 안 오겠지’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형사수석부(재판장 길기봉), 허태학·박노빈씨의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던 형사5부(재판장 조희대)와 선거전담 재판부(형사 2부·6부) 정도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서울고법의 다른 판사는 “재판장 및 배석 판사들과 삼성·피고인들과의 학연이나 지연, 변호인들과의 관계 등 담당 재판부 선정에 고려할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삼성과의 ‘인연’도 관심을 끈다. 이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 허태학씨 등의 1심 변호를 맡아 ‘전환사채 헐값 발행은 배임죄가 안 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대법관들끼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 대법원장을 심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안팎의 의견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대법원장이 스스로 심리에서 빠지는 ‘회피’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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