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이명박 역주행에 뿌리부터 흔들”
과거사위 통폐합방침 속 일부 예산 중단도
야스쿠니반대 비협조…친일사전도 ‘딴지’
과거사위 통폐합방침 속 일부 예산 중단도
야스쿠니반대 비협조…친일사전도 ‘딴지’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이어진 ‘과거사 역주행’으로 과거사 청산 작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과거사 관련 단체들은 “이 대통령의 대일 ‘실리 외교’로 밖에서는 ‘독도 파문’이 터졌고, 안에서는 과거사 청산 작업의 기초가 흔들린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과거사 역주행의 첫 신호탄은 지난 1월 인수위 시절 발표된 과거사 위원회들의 통폐합 방침이었다. 통합민주당의 반대로 법 개정 작업은 미뤄졌지만, 위원회 고사 작업은 착착 진행중이다. 첫 ‘희생양’은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에게 보상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지원위원회)다. 지원위원회는 6월10일 출범했지만, 예산과 인력이 배정되지 않아 한달 째 활동이 중단돼 있다. 김은식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은 “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려면 사무 공간을 확보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의가 고령의 피해자들의 가슴에 두 번 못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한·일 두 나라 시민단체 사이의 민간 교류도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4월, 야스쿠니신사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의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신청을 거부했다. 에이(A)급 전범이 14명이나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식민 지배와 전쟁 책임을 둘러싼 한·일 두 나라의 인식차를 보여 주는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야스쿠니 공동행동 한국위원회 관계자들은 “정부가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는 민간 교류를 돕진 못할 망정 재를 뿌릴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위원회는 6월30일 서울행정법원에 외교부의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장을 낸 상태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진행 중인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친일 문제는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운영비를 채우기 위해 정부가 발주하는 연구 용역사업을 따내야 하는 연구소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월23일에는 권철현 주일대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드러내기 보다는 가슴에 묻고 국익에 맞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망언을 취소하고 사죄하라”며 분노했다.
서우영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꽉 막힌 일본 정부를 상대로 힘겹게 싸워 온 과거사 단체들은 지난 다섯 달 동안 한국 정부와 싸워야 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망친 것은 독도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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