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뜬 4천억 기증재산 유치 다툼
조관실(92·여)씨가 지난 5월 말부터 입원한 병실에는 사설 경호원 세 명이 24시간 버티고 있다. 그는 현재 입원중인 병원이 어디인지 가족들한테도 비밀에 붙이고 있다. 왜일까?
조씨는 20여년 전 4천억원대 땅 등 전 재산을 북한 선교사업을 하는 한민족세계선교원에 기부했다. 그러나 조씨는 “기증 목적대로 재산이 사용되지 않는다”며 통일부에 진정을 냈고, 지난해 11월 통일부로부터 이 선교원의 법인허가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친생자 없이 남편(사망)의 혼외자식들을 키워왔으며, 현재 양자 이아무개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조씨는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 ‘납치극’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난 1월 통일부 장관을 만나러 가자는 연락을 받고 법인허가 취소를 도와주던 방아무개씨를 찾아갔는데, 방씨가 함께 간 이씨를 때리고 나를 아파트에 감금했다”고 말했다. 방씨는 지난 2월 북한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한민족평화모임선교원이라는 재단을 새로 만들었다. 재단 쪽은 “조씨가 기증한 땅을 가져와 사업을 펼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조씨는 “방씨의 재단에 대해 전혀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 번 기증한 재산은 개인 재산으로 환원될 수는 없으며, 선교원의 법인 허가 취소가 최종 확정되면 조씨의 의사를 반영해 유사 목적의 다른 재단에 재기부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자녀들이 찾아와 ‘우리가 잘 모시겠다’며 조씨를 데려가려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씨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조씨는 “방씨와 자식들이 선교원 허가 취소가 확실해지자 내 기증 재산으로 재단 사업을 하려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씨와 조씨의 자녀들은 “양자 이씨가 조씨를 만나지 못하게 해 재단 설립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자녀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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