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처벌때 대표이사 소환 자제” 지시
검찰이 ‘양벌규정’에 따라 직무상 법을 위반한 직원과 함께 법인을 처벌할 때 대표이사 소환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대표이사가 소환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청와대의 ‘친기업’(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에 부응하는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은 21일 “법인을 처벌할 때 무조건 대표이사부터 소환조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실무자를 먼저 조사하고, 반드시 필요한 때만 대표이사를 소환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업 활동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수사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검의 한 관계자는 “양벌규정에 따른 대표이사 소환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양벌규정 자체가 직원과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이므로 불필요하게 대표이사를 소환할 필요가 없다”며 “왜 그런 지시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양벌규정은 폐수 방류처럼 직원이 직무상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해 회사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제도다. 건축법과 근로기준법 등에 430가지 양벌규정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양벌규정을 담은 보건범죄단속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지난 3~5월 30여 법조항이 개정됐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법인의 과실책임 입증을 까다롭게 하는 쪽으로 나머지 400가지 조항도 개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약자인 종업원에 대한 책임 전가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양벌규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헌재 결정에 따라 이를 정비하는 것”이라며 “수사상 필요와 현실적 이유를 두루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오는 24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양벌규정 개정 방향을 보고할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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