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키워준 고모 찍어줄래요”
“우리나라 구석구석 풍경 담을래요”
“우리나라 구석구석 풍경 담을래요”
하늘색 웃옷과 회색 바지 차림을 한 청소년들이 29일 ‘매그넘 코리아’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았다. 사진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서울소년원 원생 16명이었다.
직업훈련으로 영상미디어반에서 사진을 공부한 지 1년 남짓된 이들은, 한국을 바라보는 거장들의 자유로운 시선과 생소한 구도가 담긴 작품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찬찬히 새기듯 들여다보곤 했다. 8개월째 소년원에서 지내는 김아무개(19)군은 달동네와 아파트를 담은 사진 앞에서 “외국인들이 어떻게 저런 곳까지 가서 사진을 찍었는지, 나도 출소하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자기를 드러내기를 주저하던 청소년들은 작품을 감상한 뒤 모여 소감을 주고받았다.
“어려서부터 나를 키워 준 고모를 찍고 싶다”, “재래시장의 활기와 자연스러운 삶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매그넘 작가들처럼 외국에 가서 색다른 시선으로 그곳의 풍경을 찍고 싶다”. 서로 이야기하는 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박인원 서울소년원 영상미디어반 지도교사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기술을 익히는 것 말고도,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려 힘쓴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년원 아이들’은 이날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글·사진 노현웅 기자, 홍기정 인턴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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