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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낚아채기” 구령에 방패로 밀고 곤봉으로 팔꺾고

등록 2008-07-30 21:34

직업 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찰관 기동대’가 30일 서울 신당동 기동본부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가상 시위대를 상대로 진압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직업 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찰관 기동대’가 30일 서울 신당동 기동본부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가상 시위대를 상대로 진압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현장] 경찰 기동대 창립식
시위대와 격투·체포 `새 진압전술’ 시연
시민단체 “시민을 적으로 보고 공격” 항의

“낚아채기!”

30일 오전 ‘경찰관 기동대 창립식’이 열린 서울 신당동 기동본부. ‘새로 개발한 선진적인 진압법’을 시연하겠다는 장전배 경찰청 경비과장의 소개가 끝나자, 연병장은 긴장감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반년 동안 집중적인 시위진압 훈련을 받은 990명의 경찰 기동대원 가운데 특별 선발된 240명의 ‘전술 시범단’은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시연을 시작했다. 경찰 기동대의 ‘선진 진압법’은 ‘5인1조’로 구성된다. 앞의 두 명은 방패를 들고, 뒤의 세 명은 곤봉을 잡았다. ‘낚아채기’라는 구령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명의 방패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 역을 맡은 대원을 향해 돌격했다.

시위대가 방패에 밀려 쓰러지자, 뒤에 숨어 있던 곤봉조들이 잽싸게 튀어나와 시위대의 팔을 꺾어 제압했다.

‘양팔 걸어 당기기’ ‘들고 뛰기’ ‘양팔 바지 잡기’ ‘손 맞잡고 다리 들기’ 등의 시연이 끝난 뒤,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와 곤봉을 든 기동대의 일대일 대결이 시작됐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의 공격을 몇 차례 막아 낸 기동대원들은 곤봉 끝으로 시위대의 배·가슴·허벅지 등을 찌른 뒤 팔을 꺾어 시위대를 진압했다.

시연이 끝난 뒤 어청수 경찰청장은 기동대 간부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가며 ‘금일봉’을 건넸다. 어 청장은 “경찰버스를 파손하고, 진압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검거해 법질서가 살아 있다는 것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기동본부 정문 앞에서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항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 배치된 전·의경들이 기자회견장에 모인 사람들을 빙 둘러쌌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991년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명지대생 강경대군이 맞아 죽은 뒤 백골단의 과도한 폭력에 대한 사회의 반성이 시작됐다”며 “우리 사회가 백골단을 없애기로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신문을 살펴보면, 열악한 근무조건과 심신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복기동대원들의 집단행동과, 백골단의 과도한 폭력에 피해를 본 학생·시민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백골단은 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사실상 역사에서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 기동대는 2012년 전·의경 제도 폐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일부에서 제기하는 ‘백골단 부활’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기동대원들은 평소에는 방범·교통순찰·수사지원·인명구조 등의 활동을 벌이다가, 시위가 벌어지면 현장에 투입돼 불법 시위대를 진압하는 ‘체포조’로 활동한다. 의무 기간 2년을 채우면 다른 부서로 전출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대원은 “취업도 힘든데 2년만 버티면 일반 순경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지원했다”며 “성실히 맡겨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들을 적으로 보고 선제공격과 체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앞으로 생활안전 업무를 맡는다고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창립식을 마친 17개 경찰관 기동대 대원 990명은 8월부터 현장에 투입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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