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실정에 민심 돌아서”
“이겨도 이긴것 아냐” 자평
“이겨도 이긴것 아냐” 자평
보수층의 지지를 업은 공정택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접전 끝에 승리하자, 31일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쉼없이 터지는 악재로 고전하는 이명박 정부가 일단은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의 ‘저지선’을 확보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번 선거가 “이겼어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나라당과 지지층이 겹치는 공 후보는 25개 자치구 중 겨우 8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벨트’의 압도적인 지지가 아니었다면, 공 후보는 당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48개 지역구 가운데 40곳을 한나라당이 휩쓸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서울의 ‘비강남’ 지역 의원들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지역 민심이 다음 선거에서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구상찬 의원(강서갑)은 “공 후보는 전교조를 거부하는 강남·서초 아줌마들의 힘으로 이긴 것”이라며 “4·9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졌던 지역에선 이번에 표차가 확 벌어졌고, 우리가 이겼던 곳마저 공 후보가 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마저 이명박 정부의 실정 때문에 돌아선 것이니 당에선 이번 일을 교훈삼아 지방선거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영진 의원(노원을)은 “이번 선거에선 진보적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에 ‘반 전교조’를 내건 공 후보가 당선됐지만, 만약 정치선거였다면 한나라당은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이런 흐름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공 후보가 이겼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 노선을 좀더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형환(금천) 의원은 “‘반이명박’을 내세운 주경복 후보가 40%를 차지했다는 것은 공 후보가 강조한 수월성교육·특목고 등에 대한 거부감이 40%나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강서을)도 “서울시민들은 강남 8학군에 대한 소외감이 매우 강하다”며 “지역간 교육적 차이를 극복하는 데 정치권이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강남당, 부자당’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측면이 있다”며 “종부세 완화 정책 등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일반 국민들로부터 ‘고환율·고물가로 서민들은 힘들게 하면서 강남의 이해는 철저히 대변한다’는 비판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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