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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외국인 노동자 인권 몰수·미란다 무시 ‘인간사냥’

등록 2008-08-03 21:32수정 2008-08-04 09:40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25일 낮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희생자추모 및 정부 규탄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노동자가 창살 모양의 틀에 요구사항을 붙여 들고 대회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강재훈선임기자 khan@hani.co.kr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25일 낮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희생자추모 및 정부 규탄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노동자가 창살 모양의 틀에 요구사항을 붙여 들고 대회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강재훈선임기자 khan@hani.co.kr
가스총으로 위협하고 임산부 강제 연행
9천명가량 ‘실적’…법무부, 단속 더 강화
외국인 노동자 합동단속 석달

네팔인 카르나 구릉(38)이 일하는 서울 가산동 남성용 점퍼 공장에 단속반이 들이닥친 건 지난 18일 오전. 구릉은 “처음엔 단속반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단속반이 “외국인이죠?”라고 묻더니, 곧장 수갑을 채웠다는 것이다. 출입국관리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밝히지도,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도 않았다.

구릉은 1994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 직후 배정된 ‘아시바’(공사 현장에서 쓰이는 구름다리)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을 했다. 그렇게 일하고 한 달에 기본급 17만2천원에 밥값과 수당을 합쳐 25만원을 받았다. 구릉은 “일이 너무 고돼, 6개월 만에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 뒤 그는 재단일을 배워 서울과 수도권 일대 ‘마찌꼬바’(영세공장)를 전전했고, 지금까지 13년6개월을 ‘불법 체류자’로 지냈다.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만난 구릉은 “이제 절반은 한국 사람 됐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5~7월 석 달 동안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옛 출입국관리소)는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일제 합동 단속을 별였다. 이번 단속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았다고 관련 단체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지난 7월4일 경기도 마석에서는 ‘원정’을 나온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이 임신 8개월의 필리핀 여성을 연행했고, 그 이튿날 경기 시흥에서는 젖도 떼지 않은 출산 4개월 된 산모를 강제로 데려갔다. 또 같은 날 인천에서는 임신 5개월 된 베트남 여성을 단속했고, 지난 5월8일 경남 양산에서는 도망치는 파키스탄 노동자에게 단속반이 가스총을 겨눈 사례도 있다. 마석에서 만난 한 이주노동자는 “이번에 나온 단속반은 열 명을 채울 때까지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정확한 통계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주노조 쪽에서는 석 달 동안 이어진 이번 단속의 ‘실적’을 9천명 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은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합동 단속은 70~80년대 사회 정화를 외치며 마구잡이로 ‘부랑아’들을 잡아넣던 ‘후리가리’(일제단속)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것은 법질서 확립을 위해 당연한 조처”라며 단속 강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외 유출주의’라고 적힌 법무부 외국인정책위원회의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을 보면, 법무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 인원을 현재 130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고, 본부 직할로 ‘이민 수사대’를 만들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이 계획안에는 노동부·경찰청·해양경찰청과 함께 외국인 밀집지역과 치안 우범지역에 매년 두 차례씩, 1년에 4개월 이상 합동 단속을 정례화하겠다는 방침도 나와 있다.

최현모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 정책이 근본적 대책은 없이 단속이나 강제 퇴거 등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화성/길윤형 기자, 조미현 인턴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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