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절한 어머니 보고 자백…족적 확인 결정적 물증
주임검사가 밝힌 뒷얘기
‘키가 작은 유영철은 키높이 구두를 신고 범행을 저질렀다.’
4년 전 이맘때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연쇄살인범 유영철(38)씨 사건.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건석(42) 변호사가 최근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에 숨겨진 뒷얘기를 털어놨다.
유씨가 저지른 부유층 연쇄살인은 부녀자 연쇄살인과 달리 유씨의 자백 말고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다. 어느 날 유씨는 “검사님, 선물 하나 줄게요”라며 “경찰 기동수사대 승합차 의자 밑을 뒤져보라”고 했다. 의자 밑에는 유씨가 구두 뒷굽에 끼우던 키높이 보조굽이 박혀 있었다. 키가 크지 않은 유씨는 보조굽을 달고 범행을 저지르고 다녔다. 검거 뒤 범행현장을 확인하러 가던 유씨가 기침을 하는 척하며 허리를 굽힌 뒤 뒷굽을 뽑아 의자 밑에 숨겨 둔 것이었다. 범행현장의 ‘족적’은 결정적 물증이 됐다. 혼절하는 피해자 어머니를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유씨의 ‘선물’이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유씨는 다른 구치소로 이감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범행으로 사형제 폐지 논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탓에,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40여 사형수들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형 선고가 유력했던 유씨는 피의자 신문을 하며 줄담배를 피우던 이 변호사에게 “담배 끊으세요. 어쩌면 나보다 검사님이 먼저 죽을 수도 있어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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