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성동구 등 일부법인 변경하자 주민들 반발
공신력·운영능력 등 기준 모호해 자의적 해석 가능
공신력·운영능력 등 기준 모호해 자의적 해석 가능
자치단체 산하 복지시설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민간위탁제도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자기 사람 심기’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운영법인을 바꾸면서 특별한 기준이나 사유를 제시하지 못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지난 7월14일 재심사를 통해 구청 산하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의 운영법인을 대한성결교재단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문창교회로 바꾸었다. 기존 운영법인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 채무변제를 하지 못해 법정형을 선고받아, ‘법인의 공신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은 1998년 개관 뒤, 3년마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종합사회복지관 평가에서 2003년 우수복지관, 2006년 최우수복지관으로 선정됐다. 해당 지역에 대한 복지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도봉구 주민들과 서울 사회복지사협회 등은 운영법인 교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이미 3500여명이 참여했다. 도봉2동에 사는 주민 ㄱ씨는 “재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현 도봉구청장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교단 쪽으로 운영법인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성동구 도선어린이집의 경우도 운영법인 교체 과정에서 전임 어린이집 원장과 성동구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도선어린이집 김이주 전 원장은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별다른 이유없이 운영법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성동구청 쪽은 “운영법인의 공신력과 전문성을 평가했을 뿐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맞서고 있다. 2007년 이후 양천구의 양천장애인복지관, 동작구의 이수복지관 등도 모두 재위탁 과정에서 갑작스런 물갈이로 몸살을 앓았다.
이런 논란이 그치지 않는 이유는 재심사 규정 자체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시행규칙에 ‘법인의 공신력’, ‘운영능력’ 같은 모호한 기준만 있어 자치단체장들이 이를 악용하는 일이 많고, 이 때문에 복지 서비스의 일관성 등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복지법인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어, 종교색을 강하게 띈 법인이 운영을 맡았을 경우 사회복지사의 고용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복지관의 경우, 운영법인이 바뀌면서 복지관의 이름이 ‘복지선교센터’로 바뀔 뻔 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사회복지관 협회에서 2007년 1월부터 지난 2008년 4월까지 운영법인이 변경된 뒤 이직한 55명의 사회복지사를 면접조사한 결과, 22명이 법인 변경에 따른 심리·정서적인 문제로 사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규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사무총장은 “성과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복지서비스의 특성상 심사위원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불분명한 심사기준과 자의적인 심사위원 선정으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위탁법인에 대한 심사평가 기구를 만들어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송지혜 인턴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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