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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을 끌 수 없다”…시위 방식엔 의견 갈려

등록 2008-08-08 14:00수정 2008-08-08 14:07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촛불주역 28명 심층면접
“폭력변질 실망” 많아…“충분히 승리”도
“소수라도 계속” “숨고르고 나중에” 대립

‘촛불’이 9일로 100일을 맞는다.

한창 때에 견주면, 지금의 촛불은 누가 봐도 초라하다. 촛불 100일에 대한 평가도 찬양 일색만은 아니다. 희망과 기대,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냉소와 실망,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2008년 촛불이 ‘상상 그 이상’의 것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소통방식, 새로운 정치를 경험하고 즐기고 발전시켰다. ‘미국산 쇠고기’를 막진 못했지만, 한국 사회에 새로운 충격을 던져준 촛불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겨레>는 촛불 100일을 계기로, 다섯 차례에 걸쳐 촛불이 이뤄낸 성과를 살피고 미래를 진단한다.

1. 촛불은 내게 무엇이었나
2. 새로운 광장을 열다
3. 직접민주주의를 배우다
4. 통제와 권위를 뛰어넘다
5. 촛불은 왜 미완인가


‘촛불’의 주역은 모든 시민들이다. 하지만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10대들은 촛불집회 초기 예상치 못한 ‘발랄함’으로 어른들을 광장으로 이끌었다. 기존 사회운동 단체들이 나서기도 전에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주도했던 정책카페와 생활카페의 응집력과 실천력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은 지금, 지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할까?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이들에게 지금 무엇이 남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까? <한겨레>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10대 11명과 정책카페 운영진 7명, 생활카페 회원 10명을 심층면접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질된 촛불은 실망스럽지만, 아직 촛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만난 ‘촛불의 주역’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지난 100일에 대해 피로감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은 “촛불은 아직 꺼진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가 10대 청소년, 온라인 정책카페와 생활카페 운영진 등 28명을 상대로 벌인 심층 면접에서 이들은 지난 100일을 다양한 목소리로 평가했다.

이들의 대답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촛불이 잦아든 현 상황에 대한 판단이었다. 전체 28명의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패배감과 실망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느낀다”는 5명의 응답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특히 청소년 응답자 11명 가운데 8명이 실망감을 표시해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10대 청소년들은 주로 폭력적으로 변한 촛불집회 양상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은진(18·분당 영동여고3)양은 “촛불이 변질된 것에 대해 가장 실망감을 느낀다”며 “처음과 같이 비폭력을 유지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과정에 무엇이 가장 아쉬웠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전체 응답자 28명 가운데 10명은 “계속해서 집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고 답했고, 6명은 “평화적인 집회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이 질문에는 9명이 ‘기타 의견’을 남겼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에스엘아르(SLR) 클럽 관계자는 “촛불집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불씨를 보관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책반대시민연대’의 운영자 ‘시지프’는 “대책회의가 먼저 소집되고 외부에서 누리꾼이 합류하면서 의견 소통이 안돼 삐걱거린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6·10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저녁 경찰이 컨테이너벽을 쌓아만든 저지선부터 서울 시청앞에 이르기까지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채 ‘쇠고기 전면 재협상, 타도 독재정권’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10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저녁 경찰이 컨테이너벽을 쌓아만든 저지선부터 서울 시청앞에 이르기까지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채 ‘쇠고기 전면 재협상, 타도 독재정권’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정책반대 시민연대 운영진인 안누리(37)씨는 “물론 4·19 혁명의 경험은 지도부가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리꾼은 숫자는 많지만 정치력과 조직력이 떨어져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기에는 무리였다”고 말했다. 반면 안티이명박 카페 강전호 부대표는 “촛불집회는 대책회의와 누리꾼이 동시에 이루어낸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100일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 촛불의 진로와 촛불의 의미에 대한 평가에서는 대체로 한목소리를 냈다. 촛불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28명 가운데 24명이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촛불을 끄고 정부에 시간을 주자”는 의견은 4명뿐이었다. 다만 그 방식을 두고는 “소수가 목소리를 내면서 계속 저항해야 한다”는 의견(9명)과, “잠시 숨을 고른 뒤 폭발성 있는 촛불집회를 만들자”는 의견(10명)이 팽팽히 갈렸다. 전자는 주로 정책카페 관련자들이, 후자는 청소년 그룹에서 내놓은 의견이었다. 또 촛불집회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현실에서 큰 변화는 없었지만, 아직 촛불 집회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계속되는 촛불의 진앙지’로 인터넷 공간에서 만들어진 폭발력과 10대 청소년의 새로운 힘을 들었다. 안티이명박 카페 강전호 부대표는 “현재 여론 싸움에서는 고전을 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다”며 “인터넷은 용광로와 같아, 언제든 다수의 의견을 하나의 쇳물로 녹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럽에서 활동하는 박성실씨는 “내 아이만을 생각하던 여성들이 우리 아이가 살 세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촛불을 밝힐 잠재된 불씨들은 곳곳에 놓여 있다. 언제 어떤 계기로 다시 촉발될지가 관심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황춘화 김성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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