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해 입혔다면 용인 안돼”
기도행위를 치료행위인 것처럼 내세워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피해자 쪽 승낙이 있었더라도 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안수기도’를 하다 환자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방아무개(4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경기 김포에서 기도원을 운영하는 방씨는 2006년 8월 김아무개(27)씨의 정신분열증을 치료하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김씨의 머리를 무릎 사이에 끼우고 다른 신도들이 팔다리를 잡게 한 뒤 손가락으로 눈 부위를 세게 누르고 뺨을 때렸다. 김씨는 고통을 못이겨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쳤고, 방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김씨의 어머니에게 안수기도를 받으면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모든 사항에 동의한다’는 각서를 받은 점, 뺨을 가볍게 때린 정도인 점” 등을 들어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체 일부에 가볍게 손을 얹거나 약간 누르면서 병의 치료를 간절히 기도하는 행위는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지만, 마치 치료행위인 양 환자를 끌어들인 뒤 비정상적 방법으로 상해까지 입혔다면 피해자 쪽 승낙이 있었더라도 용인될 수 없다”며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