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회장 항소심 첫 공판
기소 내용의 일부만 유죄가 인정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건희(66) 전 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8명의 항소심 첫 공판이 25일 열렸다. 특검 쪽이 1심 판결을 강하게 반박하고 나서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핵심 기소 내용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대한 무죄 및 면소 판결을 집중 반박했다.
특검 쪽은 1심 재판부가 에버랜드 이사회의 정족수 미달 등 절차적 문제를 인정하고도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닌 주주 배정 방식”이라며 기존 법인주주들에게 인수 기회가 주어졌었다고 판단한 것을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일보가 보관한 신주 발행 관련 통지서의 청약일과 사채 상환일이 에버랜드의 통지서와 다른 것은 공모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날짜를 사후에 조작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재용씨에게 전환사채를 넘기기 전에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았는데 무죄 판결한 것은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것이다. 조 특검은 한편 1심이 이재용씨 등에 대한 제3자 배정이 아니라서 무죄라고 한 것에 대해 “헐값 발행 사실 자체를 기소한 것”이라며 재판 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1년 전 서울고법이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의 배임죄를 인정한 이유가 헐값 발행이라는 것이다.
조 특검은 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적정 발행가를 낮게 잡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한 대목에 대해서도 적정 발행가를 잘못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 변호인단은 두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을 옹호하면서,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게 보유한 차명계좌인 만큼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의 항소심 처리 기한인 내달 15일까지는 심리를 마치겠다고 밝혀, 내달 말께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29일에 열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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