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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 청사 짓겠다고 문화재 헐어버린 서울시

등록 2008-08-26 21:23수정 2008-08-27 09:53

26일 오전 서울시가 문화재위원회의 서울시청 본관 건물에 대한 사적 지정을 몇 시간 앞두고 서둘러 건물 철거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태평홀(가운데)과 오른쪽 날개 건물이 대규모의 새 청사 건물을 짓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먼저 허물려고 했다. 이에 앞서 문화재위는 시청 본관 대부분을 보존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한 바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6일 오전 서울시가 문화재위원회의 서울시청 본관 건물에 대한 사적 지정을 몇 시간 앞두고 서둘러 건물 철거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태평홀(가운데)과 오른쪽 날개 건물이 대규모의 새 청사 건물을 짓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먼저 허물려고 했다. 이에 앞서 문화재위는 시청 본관 대부분을 보존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한 바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시청본관 ‘사적지정’ 한나절 앞두고 철거 강행
문화재청 “공공기관이 이런행위를…” 분통
문화재위원회의 사적 지정을 불과 한나절 앞두고 서울시가 시청 본관의 태평홀과 오른쪽 날개 뒷벽 등을 전격적으로 허물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건물을 대부분 보존하라는 문화재위의 권고를 무시한 채, 새 시청 건물을 짓겠다며 서울의 대표적 근대 문화재인 시청 본관을 부순 것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서울시청을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철거 공사를 중단시켰다.

문화재위원회가 26일 오후 4시 사적 지정을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하자, 서울시는 이날 오전부터 건설기계를 동원해 전격적으로 시청 본관의 핵심 공간인 태평홀과 오른쪽 날개 건물의 뒤편을 허물기 시작했다. 태평홀과 오른쪽 날개 건물은 북쪽으로 튀어나온 형태여서 서울시가 대규모의 새 청사를 짓는 데 걸림돌이 돼왔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5시까지 태평홀과 오른쪽 날개 건물을 반 가까이 헐어냈다.

서울시가 시청 건물의 철거에 나서자, 이건무 문화재청장, 한영우 문화재위 사적분과 위원장, 남문현 근대문화재 분과 부위원장 등이 현장에 나와 이를 확인했다. 이건무 청장은 오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화재위원회에서 시청 본관을 보존하라고 거듭 권고했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문화재를 헐어버린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항의했다.

이건무 청장은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서울 시청을 헐어버리면 단지 건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 청장은 또 “시청 건물은 충분히 사적이 될 만한 것인데, 서울시청으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해 등록문화재로 관리해왔다”며 “이제까지 문화재청의 권고를 공공기관이 어긴 적이 없었는데, 서울시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사적·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 공동회의는 △시청 본관을 국가 문화재인 사적으로 가지정해 보존·관리하고 △철거·파괴된 태평홀과 오른쪽 날개 건물 등을 조속히 복원하며 △문화재 보호 기능이 결여된 등록문화재 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서울시의 철거 공사는 이날 오후 5시께 중단됐다. 이날 오후 6시께 문화재위원 21명이 현장조사를 위해 시청 본관을 찾아갔으나, 서울시는 문화재위원들의 진입을 거부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문화재 전문위원)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근대 건축물인 동대문운동장을 허물더니, 올해는 문화재인 서울시청을 허물려고 나섰다”며 “문화재를 부수는 것이 디자인서울이냐”고 비판했다. 홍성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상지대 교수)도 “이명박 전 시장의 그늘에 가려 자신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오 시장이 역사적 건축물들을 허물고 디자인플라자나 새 시청사를 거대하게 지어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하려 한다”며 “역사·문화에 대한 무지가 낳은 황당한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 “문화재위원회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원 이정훈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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