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교도대회 정치권 기류
범불교대회가 열린 27일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여권은 당혹감 속에서 파문이 잦아들길 기대한 반면에 민주당 등 야당은 일제히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
청와대는 이날 불교대회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나름대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가시적 조처가 없어 허탈하다”며 “초헌법적 사항인 불교계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긴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불교계 반발이 27일 범불교대회를 기점으로 수그러들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일단 냉각기를 가진 뒤, 서서히 불교계와의 접촉을 시도하면서 설득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청와대는 △공직자윤리법에 종교편향 금지 윤리규정 삽입 △불교문화재 유지보수 예산 확대 △사찰 관련 시설 건립을 위한 그린벨트 완화 △템플스테이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불교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정의화 의원 등이 “불교계 이야기를 잘 듣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정도로 언급했을 뿐,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그러나 국회 불자의원 모임 ‘정각회’ 회장인 최병국 의원과 주호영 이인기 의원 등은 이날 집회 현장을 찾아 불심을 살펴보기도 했다. 앞서 박희태 대표는 오전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다시는 종교편향적인 일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 정기국회에서 당장 법을 고쳐 불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는 등 불교계를 향한 화해 손짓을 보냈다.
야권은 이날 범불교도대회에 대거 참석하는 한편 종교편향 진원지로 이 대통령을 지목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문책 인사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정각회 부회장 강창일 의원을 비롯해 김성곤, 안민석, 양승조, 김상희, 최문순, 박선숙 의원 등이 집회 현장을 찾았다. 또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공동대표도 대회에 참석했다. 권태호 강희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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