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사회과학 서적 관련 글을 올려놓고,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등 서적을 가지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이적표현물 소지·배포 등)로 기무사의 수사를 받았던([<한겨레> 7월16일치 9면]) 육군 제6군단 소속 전아무개 전 하사는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은 열흘 남짓을 “회유와 협박 등으로 자백을 강요받았던 악몽 같았던 시간”으로 기억했다.
전씨는 무엇보다 양심에 반하는 자백을 강요받았을 때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을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는 대답을 내놓는 경우에는 바로 책상에서 각종 문건을 꺼내 밑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을 읽으라고 강요했다”며 “어쩔 수 없이 밑줄 쳐 놓은 부분을 소리내 읽으면 고스란히 진술조서에 자백을 한 내용으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씨가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던 10여일 동안, 이런 자백 강요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이어졌다고 한다.
전씨는 또 기무사 수사관의 요구대로 진술하지 않을 경우에는 북한 또는 조직사건과 연루시킬 수 있다며 진술을 강요했다고 전했다. 전씨는 “내가 ‘이주왕’이라는 한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온라인 대화명으로 쓰는 것을 보고 ‘평소 사회주의 학생운동을 하면서 가명 사용이 필수적이었고, 보위수칙상 그렇게 돼 있어 가명을 사용한다’고 조서에 적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며 “‘보위수칙’이니 ‘원전서적’이니 하는 처음 들어보는 용어를 사용하며 나를 북한이나 조직사건에 엮으려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때때로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씨는 “기무사 수사관들도 부사관이어서 ‘부사관 후배에게 심하게 하고 싶지 않다. 법에도 정이 있으니 질문에 성실히 답하면 선처를 받도록 돕겠다’고 말하는데, 그때가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이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그런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약해졌었다”고 털어놨다.
전씨는 군검찰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관련된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지난 18일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역했다. 전씨는 “공안당국의 반인권적인 수사 관행을 없애기 위해”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계획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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