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8년 국가보안법 위반 기소자 현황
‘일심회’ 사건 빼면 단 3건 그쳐…실적 부풀리기
민가협 “검거자와 가족들 심한 심적고통 겪어”
민가협 “검거자와 가족들 심한 심적고통 겪어”
2007년 4월19일, 검찰은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진작가 이시우씨를 구속했다. 군사 기지와 비무장 지대 등을 찍어 인터넷 누리집에 올렸다는 이유였다. 당시 검찰은 이씨를 기소하면서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9개월여 뒤인 2008년 1월31일,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촬영한 사진 등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지 않은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기밀로 인정할 수 없고, 기밀로 보호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6일 경찰이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7명을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체포하는 등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실형을 받는 비율이 매우 낮아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자체 수집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3년6개월동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원은 73명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거운 형량에 견줘, 실제 기소된 이들 가운데 사법절차를 거쳐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9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일심회’ 사건을 제외하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3명에 그친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 외에 기소된 대부분의 피의자는 집행유예 또는 무죄 등으로 석방됐다.
73명 가운데 구속영장 기각이나 구속적부심 등을 통해 불구속 재판을 받은 경우는 30명이었으며, 구속 중에 보석으로 풀려난 경우도 10명이었다. 특히 전체 73명 가운데 38명은 과거 한총련 대의원을 지냈다는 이유로 오랜기간 동안 수배 생활을 하다 수사기관에 붙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민가협 쪽에서는 “전체 기소자의 절반이 과거 한총련 활동을 했던 수배자임을 보면 수사기관에서 마치 곶감을 빼먹듯이 과거 수배자들을 붙잡아 국가보안법 위반 검거 실적을 부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무리한 국가보안법 적용으로 주변에서 간첩이라도 된 것처럼 비쳐졌던 검거자들과 가족들은 심한 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작가 이씨의 변론을 맡았던 권정호 변호사는 “당시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진지원, 회합통신,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배포 등 국가보안법의 파노라마였다”면서 “수사기관이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할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꿰맞췄음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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