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항소심 2차 공판…특검 ‘조작여부’ 집중추궁
경영권 불법 승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66) 전 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8명의 항소심 2차 공판이 29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조준웅 삼성특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관련해 에버랜드 법인주주들에게 전달됐다는 신주 발행 관련 통지서가 조작됐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 주주들한테는 통지서 발송 등 신주 인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이재용 남매에게 전환사채를 넘겼는데도 이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을 깨겠다는 것이다. 특검 쪽은 증인으로 나온 박아무개 당시 에버랜드 경영관리팀장 등을 상대로 에버랜드와 에버랜드 최대주주였던 중앙일보가 각각 보관하고 있는 통지서의 청약안내일이 다르게 기재된 경위를 캐물으며, 중앙일보 보관 통지서가 전환사채 발행 당시 보내진 것이 아니라 나중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증인을 상대로 2001년 검찰 조사에서는 주주들에게 통지서를 두 차례 전달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통지서를 세 차례 전달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추궁하는 한편, 세 번째 통지서를 다시 작성한 까닭을 따졌다. 특히 통지서를 작성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종류, 통지서에 인쇄된 삼성 로고의 유무, 바뀐 청약안내일만 글꼴이 다른 이유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증인은 “청약안내일을 착각한 탓에 통지서를 수정해 다시 보낸 것이지 문서를 조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을 못하거나 억지로 말을 만드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서기석 재판장은 “증인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지 억지로 변명하려고 하니 말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안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을 위해 더 준비한 것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3일에 열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