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핵심 당사자 홍씨 출국해 물증확보 주력
전 청와대 비서관·ㄷ건설 사장 외압 전면 부인
전 청와대 비서관·ㄷ건설 사장 외압 전면 부인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등이 대형공사 발주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홍아무개(53)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외압 의혹’의 실체를 드러낼 물증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찰 소환조사에 응한 정아무개(62) 전 청와대 비서관은 한국토지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계설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 서아무개씨와의 만남을 주선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외압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당시 ㅅ업체에게 하청을 주었던 대기업 ㄷ건설 박아무개 전 사장도 구체적인 외압과 지시 관계에 대해서 전면 부인하고 있다. ㄷ건설도 “ㅅ업체는 정상적인 심사를 통과해 등록한 협력업체로서 2007년 2월과 8월 각각 도로공사와 택지조성 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정황상 이들의 주장을 믿기 힘들다는 태도다. 서씨가 “토공 사장실에서 ‘비서관님에게 뭐라고 말했기에, 입장이 난처하게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고, 토공 실무자들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은 31일 ㅅ업체가 ㄷ건설로부터 특혜 수주를 받을 수 있었지만, 수익성 등이 만족스럽지 않아 하도급을 포기한 정황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홍아무개(53) 전 행정관이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정황 증거에 대한 확인 작업이 여의치 않고, 청와대 비서진들의 ‘외압 행사’에 따른 구체적인 대가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특정 공사를 수주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서씨가 중소건설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경찰은 특히 서씨가 ㅅ업체로부터 받은 9억여원 가운데 4억여원의 사용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점에 주목해, 이 돈이 홍씨 쪽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의혹의 전모는 홍씨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진 뒤에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홍씨의 귀국 이전까지 ‘외압 행사’를 입증할 수 있는 자금 흐름과 정황 증거에 대해 충실히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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