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 소속 피디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안 프로듀서협회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미디어포커스’ 등 폐지·구조조정 반대 집중키로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낙하산 사장’ 반대 싸움을 벌여온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이 제작자율권 수호와 구조조정 반대쪽으로 투쟁 방향 선회를 꾀하고 있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1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의단체라는 사원행동의 성격상 물리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이병순 사장이 머지않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권력 감시 프로그램들의 제작자율성을 수호하고 사내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향전환엔 이 사장 취임 반대투쟁만으론 실현가능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출근저지투쟁을 이어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 사장은 취임 6일째인 이날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의 저지를 큰 어려움 없이 뚫고 출근에 성공했다.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은 “보도위원회와 편성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등의 폐지 및 제작자율성 침해를 막아내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정부의 신문·방송법 개정 및 공영방송 체제 개편을 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중으로 사원행동 회원을 1000여명으로 확대(현재 700여명)해 장기투쟁 동력 강화도 추진한다. 사원행동은 오는 3일 총회를 열어 이런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또 26기 이하 젊은 피디와 기자들 100여명은 오는 3일 투쟁의지를 다지고 사내 구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방송 이사회는 이날 오후 김성묵 전 연수팀장과 류광호 케이비에스비즈니스 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동의했다. 피디 출신인 김 부사장은 보도·편성·제작 등 방송 부문을, 류 부사장은 경영·기술·인사 등 행정 부문을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장과 한국방송 공채 1기 입사동기인 류 부사장은 과거 노사협력주간 등을 역임하며 노조와 대립각을 세워온 노무전문가다. 때문에 “사원행동 활동을 알게 모르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병순 사장이 애초 부사장직을 제안한 이동식 부산방송총국장과 남성우 편성본부장, 조대현 시사정보팀장 등이 모두 고사하면서 류 부사장 등 퇴직자 출신으로 부사장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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