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선거법 위반 적용…‘봐주기’ 논란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김귀환(59·구속)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 28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는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중 4분의 1이 넘는 수이지만, 검찰은 유죄 판결 때 의원직 상실이 확실한 뇌물수수보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주로 적용해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는 5일 김 의장한테서 지난 4월 초 100여만원씩을 받은 25명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4월 중순께 200만~600만원을 받은 4명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1명에게는 두 혐의를 모두 적용했다. 검찰은 4·9 총선 전 돈을 받은 이들에게는 “총선 선거운동 격려금”이라는 김 의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거법을 적용하고, 총선 뒤 돈을 받은 의원들은 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6월20일)와 관련해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선 전부터 서울시의회 의장 출마를 준비하던 김 의장이 건넨 총 3천여만원을 놓고 총선 전·후로 나눠 다른 혐의를 적용한 것은 자리를 잃지 않으려는 의원들의 주장을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죄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 뇌물죄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박탈하게 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원들은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뇌물죄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면 무조건 의원직을 잃는다. 한 검찰 관계자는 “돈 준 사람에게 뇌물 공여 혐의도 적용했는데 받은 사람은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며 “범죄사실에 대해 어떻게 해명하든 정황과 증거가 있으면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총선 전 돈을 받은 의원들은 선거운동 격려금조로 받았을 뿐 서울시 의장 선거와 관련한 돈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며 총선 전·후를 따로 보고 기소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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