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환
연탄·유서 발견돼 자살 추정
방송인 정선희씨의 남편인 탤런트 안재환(36)씨가 8일 오전 9시께 서울 노원구 하계1동 주택가 골목에 세워진 자신의 승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씨의 한 지인은 “안씨가 올해 초 개봉 예정이었던 대작 영화 ‘아이싱’의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안씨를 처음 발견한 목격자 여아무개(28)씨는 “주차된 승합차 뒷좌석에 누워 있는 자세의 남자가 보였고, 오른쪽 다리 색이 검게 변해 있어 ‘이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정씨는 쓰러져 중계동 을지병원으로 실려가 입원했다. 정씨는 “우리 남편은 죽지 않았다”며 “재환씨 실종 신고를 하겠다”고 절규하는 등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다. 정씨는 앞서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문화방송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입니다’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가수 최재훈씨가 이날 진행을 대신했다. 경찰은 “안씨의 차량에서 발견된 휴대전화를 살펴본 결과 숨진 안씨의 마지막 통화는 지난달 21일 밤 10시께 정씨와 한 통화였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안씨의 주검은 얼굴 등이 심하게 부패해 있었고, 차 안에서는 불에 타다 만 연탄 2장과 빈 소주병, 유서로 보이는 쪽지 등이 발견됐다. 이 쪽지에는 ‘선희야 사랑한다. 빨리 발견되면 장기기증을 하겠다. 부모님께는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차량이 10여일 전부터 그곳에 주차돼 있었다’는 주민들의 진술과 주검의 부패 상태로 미뤄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에 탄 연탄과 유서로 보이는 쪽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자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안씨는 지난해 11월 정씨와 결혼했으며, 최근 수십억원대 사채 빚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주검은 서울 태릉 마이크로병원에 안치됐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