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진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수원지검을 방문해 검사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사정수사 논란에 대해 “수사결과로 그 의구심이 근거 없는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공기업 비리·강원랜드 비자금등 의욕만 앞서
임채진 총장 강조 ‘절제와 품격’과 거리 멀어
비판 의식한 검찰 “수사결과 지켜봐 달라”
임채진 총장 강조 ‘절제와 품격’과 거리 멀어
비판 의식한 검찰 “수사결과 지켜봐 달라”
최근 전 정권 인사들과 관련한 검찰의 동시다발 수사가 진행되면서 먼지털이식 압수수색 등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요란한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과는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아,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해 온 검찰이 의도를 가지고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의혹을 거들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접대비 과다 지출 의혹 등과 관련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압수수색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정작 거래소 임직원은 하나도 처벌하지 못했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 수사도 마찬가지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나서 카지노와 참여정부 초기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낸 박정삼 전 사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이목을 끌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두 사건 말고도 지난 5월 공기업 비리를 중점 척결 대상 범죄로 규정, 곧바로 한국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마사회 등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 중간 간부급의 개인비리 정도만 드러나고 있다. 최근 본사는 물론 직원 숙소, 시민단체 등에 대한 집중적 압수수색이 진행된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본체는 비켜간 채 강원랜드 공사를 수주한 중소기업 관련 비리만 흘러나오고 있다.
수사 대상이 대놓고 반발하는 보기 드문 양상도 나타난다. 최근 부산자원 압수수색에 대해 회사 쪽은 “먼지털기 수사”라며 거듭되는 수사를 비난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도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이런 결과는 성과를 내려는 검찰의 조급증과 함께, 범죄 사실보다는 특정 세력을 겨냥한 듯한 수사 방향 탓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 정권의 첩보가 담긴 캐비닛을 열어 묵은 첩보를 하나하나 꺼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여권 쪽에서 보면 이런 파상적 압수수색이 옛 집권세력에게 ‘먹물’을 튀기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실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에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다. 검찰 관계자는 “처한 입장에 따라 편파적 검찰권 행사라는 비판은 나올 수도 있지만 무턱대고 압수수색부터 한다는 비판은 수용하기 힘들다”며 “이제 막 수사에 들어간 사건도 있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런 수사는 양날의 칼이다. 야당뿐 아니라 여권 인사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수사 방식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강조한 ‘절제와 품격’이라는 복무 방침과도 어긋난다. 임 총장은 수사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업 등 수사 대상을 쥐어짜는 ‘치약짜기식 수사’를 하지 말라고 강조해 왔다. 싹쓸이 압수수색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일 검찰의 강원랜드 압수수색은 이런 수사 방침을 무색하게 한다. 압수수색 다음날 감사원 감사관이 강원랜드로 들이닥쳤지만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검찰이 사회공헌기금 자료 등 자료 일체를 가져간 탓에 감사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