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한국전중 억울한 즉결처형 국가 배상

등록 2008-09-15 22:28

허지홍(당시 28·육사 5기·사진)
허지홍(당시 28·육사 5기·사진)
군, 허지홍 대위 정당한 사유없이 ‘총살’
유가족에 1억7천만원 지급 원심 확정
한국전쟁 당시 적을 앞에 두고 도망쳤다는 누명을 쓴 채 즉결처분당한 군인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허지홍(당시 28·육사 5기·사진) 대위의 부인(89)과 아들(60)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7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허 대위의 군사재판 기록이 조작된 사실을 밝혀낸 유족들은 재심에서의 무죄 선고에 이은 손해배상 판결로 58년 만에 법적으로나마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됐다.

1950년 8월 육군 8사단 16연대 김아무개 연대장은 작전 실패를 이유로 1대대장이던 허 대위를 즉결처분했다. 당시 후퇴를 거듭하던 육군본부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명령 없이 전장을 벗어나는 부하에 대한 즉결처분 권한을 분대장급 이상 지휘관에게 부여했다.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은 채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즉결처분은 1년 만에 폐지됐지만 그 사이 숱한 억울한 죽음을 낳았다.

연대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뤄진 즉결처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 대위가 ‘안동지구 향로봉 전투에서 공격명령을 받고도 부대원을 이끌고 후퇴한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사형됐다’며 판결문과 사형집행 기록을 위조했다. 국가로부터 허 대위의 생사에 대해 통지를 받지 못한 그의 부인은 남편이 전사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행상과 삯바느질로 아들을 길렀다. 도망친 군인의 유족이라는 이유로 유족연금과 교육·취업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야 했다.

하지만 2000년 허 대위의 여동생은 육군 인사기록에 재판기록이 없다는 점과 당시 후퇴 명령이 있었다는 증언 등을 들어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03년 “고등군법회의 재판은 실제 열리지도 않았고, 판결문과 심사 관련 서류도 즉결처분 뒤 조작됐다”며 총성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냈다.

국가유공자 가족으로 인정된 허 대위의 부인은 국가를 상대로 연대장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국가는 “1955년에 손해배상 시효가 끝났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1·2심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도 “판결문 위조가 드러나기 전까지 허 대위의 가족들이 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