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의 도로망. 점선 부분의 도로를 막으면 도심의 차량 운행시간이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하웅 교수 제공
카이스트 가상실험 결과
빨리 가는 길 정보가 많아지면 운전자들은 더 빨리 갈 수 있을까? 새 도로를 뚫으면 교통체증은 줄어들까? ‘그렇다’라고 믿는 일반 상식과 달리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하웅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17일 “모든 운전자들이 빠른 길만을 찾는 자기 중심의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전제할 때, 미국 뉴욕·보스턴과 영국 런던의 도로망을 분석해 보니 운전자들의 협조가 이뤄지는 최적 상황에 견줘 도로망 비효율(운행시간)은 25~30%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연구팀이 수행한 가상실험에선, 일부 도로를 폐쇄하면 교통체증이 오히려 줄어드는 ‘상식의 역전’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 샌터페이연구소와 함께한 이 연구는 물리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최신호에 발표되며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3일치에 화제의 연구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우선 ‘좁지만 짧은 교량 도로’과 ‘넓지만 긴 육상 도로’ 가운데 하나를 이용해 목적지에 가야 하는 운전자들의 선택에 따라 교통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했다. 운전자가 절반씩 다리와 육로를 택한다면 운행시간은 최소가 된다. 하지만 실제론 다리로 향하던 운전자 일부는 정체 상황을 알고 육로 쪽으로 차를 돌린다. 결국 운행시간은 더 길어지고 비효율이 생긴다.
이런 행위자 중심의 분석모형을 이용해, 연구팀은 미국·영국 대도시의 도로망 비효율성을 계산했으며 이런 계산법에 따라 특정 도로를 찾아내 폐쇄하면 비효율성이 줄어든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코노미스트>는 “도시계획 전문가가 좋은 뜻으로 만든 새 도로가 교통체증을 악화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연구”라고 평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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