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보철강 인수에 실패한 업체가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수억원을 정치인들에게 뿌린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19일 한보철강 인수계약 해지로 계약금 320억원을 잃게 된 에이케이(AK)캐피탈이 2004년 10월 한보철강 주채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질의를 해달라며 국회의원 등에게 로비를 벌인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에이케이캐피탈의 한보철강 인수에 관여했던 문아무개(46·구속)씨한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현미(46) 전 민주당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의원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권 출신인 문씨가 정당 당직자 출신의 브로커 이아무개(61·구속)씨에게도 로비 명목으로 2004년 7~9월 1억4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이씨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자산관리공사에 압박을 가하게 해 계약금을 돌려받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씨와 이씨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로비를 한 정황을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감 회의록을 보면, 김 전 의원은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상대로 “공사와 법원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에이케이캐피탈이 제기한 소송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국내언론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의 측근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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