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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경영자총협회, 법원 산재판결까지 ‘어깃장’

등록 2008-09-22 21:45수정 2008-09-22 23:21

“업무상 재해 판결 온정주의 바로잡아야” 압박
법조·노동계 “판정비율 감소추세…무리한 딴죽”
최근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로 인정한 법원의 몇몇 판결을 두고,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2일 “온정주의적으로 판결했다”고 주장하며 “조속히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올해 대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3건을 지목하며 “무리하다”거나 “온정주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중국동포 ㄱ씨가 자신보다 어린 고참 직원의 욕설에 대꾸했다가 연장으로 맞아 머리를 크게 다친 사건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은 “직장 내 인간관계나 직무에 내재한 위험이 나타나 다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판결했다. 그런데 경총은 “동료간 사적인 다툼”일 뿐이라고 했다.

경총은 또 간호사 ㄴ씨가 자신에게 교제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한 환자가 퇴원한 뒤, 야간 당직 근무를 하고 있을 때 병원에 찾아와 성폭행하려는 것에 반항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도 문제삼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야간에 경비 없이 혼자 당직 근무를 해 외부 침입에 의한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며 업무상 재해로 판결했는데, 경총은 “개인적 원한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한 사망”이라고 견해를 내놓았다.

철근공 ㄷ씨가 공사 현장에 채용된 날 4시간 일하던 중 몸이 좋지 않아 숙소에서 쉬다가 뇌출혈로 숨진 사건도,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ㄷ씨가 숙소에서 이불에 용변을 볼 정도로 건강이 심각했는데도 회사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회사 쪽 책임을 인정했는데, 경총은 “무리하다”고 했다.

경총은 이들 판결이 “현행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한 산재 인정 기준과 어긋나는 무리한 판결”이라고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호법 제37조에는 “업무와 재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법원이 이를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노동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업무상 재해 사건 가운데 법원이 기각한 사건이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법원이 산재 인정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경총처럼 말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의 패소율(노동자 승소율)은 최근 12~13%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대법원 관계자도 “판결 세 건으로 (온정주의적) 흐름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왜 이런 보도자료를 냈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야간 당직 근로자를 회사가 보호할 의무나, 업무 지휘자의 폭행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법률 판단”이라며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는 법원에 딴죽을 걸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부장은 “우리나라는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이 협소한 편이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인정 비율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인데도 경영계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산재보험료율을 줄이자는 경영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한편으론 법원을 압박하려는 계산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예랑 박현철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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