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택지개발 예정지역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에게 일정 물량의 주택을 우선 공급할 때, ‘거주’의 판단기준은 ‘주민등록’ 여부에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민등록이 청약자의 실제 거주 사실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는 아니지만 ‘유력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공사는 지난 2006년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공고를 내면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01년 12월 판교신도시 개발 고시가 나기 전부터 경기 성남시에 살아온 거주자들에게 일반공급 주택의 30%를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다. 주택공사는 서류심사 과정에서 김아무개(61)씨가 판교 신도시 개발 고시가 난 뒤 서울 양천구에서 성남시로 주민등록지를 옮긴 사실을 확인하고 우선 공급 대상자로 선정된 김씨의 분양계약을 취소했다.
이에 김씨는 “1995년 세대주인 남편의 이름으로 성남으로 전입한 뒤 지금까지 계속해서 함께 살아왔다. 원래 살던 집이 팔릴 때까지 내 주소지만 신월동에 뒀다가 뒤늦게 주소지를 이전한 것 뿐”이라며 주택공사를 상대로 매수인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공정한 입주자 선정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점 등에 비춰 주민등록 여부에 따라 거주 사실을 판단하는 것이 옳다”며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성남에 계속 거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도 “민법에서는 복수의 주소를 인정하지만 주택공급규칙에서 ‘계속 거주한 자’라는 뜻은 주택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해당 지역을 단일한 거주지로 해 일정 기간 계속 거주한 자를 뜻한다”며 주택공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주민등록은 거주 사실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는 아니나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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