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폭만 구속하고 쉬쉬…그룹쪽 대응도 의문 많아
‘씨제이그룹 회장돈 관리인의 살인청부 의혹’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반년 넘게 내사와 수사를 벌여놓고도,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회장돈의 출처와 성격 등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 이 돈을 굴린 그룹 간부의 행적과 그룹 차원의 간여 여부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대목들도 많다.
■ 차명계좌 수사 미적미적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올 3월부터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해 왔다. 오랫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이번 일로 드러난 차명 재산의 규모와 성격, 위법성 등을 밝히는 데는 미온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25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세포탈 부분은) 국세청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파악된 차명계좌 규모는 200억원 가량이며 비자금 성격은 드러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룹 재무팀 이아무개(40) 부장은 전날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관리했던 회장의 차명계좌 돈은 모두 400억원이며,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을 내 전권으로 관리했다”고 밝혔다. 차명계좌 수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 금액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국세청 고발 없이도 자체 수사가 가능하며, 먼저 국세청에 고발을 의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 거래가 확인될 경우, 증권거래법 위반과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 관리인 개인돈으로 조폭 동원?
그룹 쪽 대응도 의심스런 대목이 많다. 살인청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조직폭력배 출신 박아무개(38)씨한테 180억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지난해 6월께 상부에 보고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박씨에게 사기를 당하고 지난해 6월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회장에게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었다’고 처음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 쪽은 “당시 이씨가 사표를 낸 것은 아니고, 재무팀 업무에서 빠져 돈을 회수하는 데 진력한 것으로 안다”며 “실제 그 뒤로 이씨가 100억원 가량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나머지도 이씨에 맡겨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 그룹의 자금 관리 관행에 비춰 볼 때, 200억원에 가까운 손실금 회수를 일개 간부에 일임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씨제이 쪽은 또 “돈을 회수하는 동안 이씨와 계속 연락을 취하며 경과를 파악했다”면서도 “살인청부 등의 범죄 행위는 경찰 수사로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조직폭력배를 해결사로 동원하는 대담한 범죄 행위를 그룹 쪽과 아무 상의 없이 혼자 결행했다는 점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한겨레>는 이씨와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돈 받으려 채무자를 살해?
채권자인 이씨가 채무자의 살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채무자가 숨지면 돈을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씨 역시 “살인을 교사한 적이 없으며, ‘사기당한 돈을 찾아주겠다’며 (조폭들이) 찾아와 시키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영장 신청 단계에서도 살인교사와 관련해 진술이 엇갈렸고, 살인교사에 대한 녹취록을 살펴봐도 조폭이 먼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냥 모른 척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지은 권오성 기자 goloke@hani.co.kr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올 3월부터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해 왔다. 오랫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이번 일로 드러난 차명 재산의 규모와 성격, 위법성 등을 밝히는 데는 미온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25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세포탈 부분은) 국세청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파악된 차명계좌 규모는 200억원 가량이며 비자금 성격은 드러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룹 재무팀 이아무개(40) 부장은 전날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관리했던 회장의 차명계좌 돈은 모두 400억원이며,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을 내 전권으로 관리했다”고 밝혔다. 차명계좌 수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 금액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국세청 고발 없이도 자체 수사가 가능하며, 먼저 국세청에 고발을 의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 거래가 확인될 경우, 증권거래법 위반과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 관리인 개인돈으로 조폭 동원?
그룹 쪽 대응도 의심스런 대목이 많다. 살인청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조직폭력배 출신 박아무개(38)씨한테 180억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지난해 6월께 상부에 보고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박씨에게 사기를 당하고 지난해 6월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회장에게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었다’고 처음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 쪽은 “당시 이씨가 사표를 낸 것은 아니고, 재무팀 업무에서 빠져 돈을 회수하는 데 진력한 것으로 안다”며 “실제 그 뒤로 이씨가 100억원 가량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나머지도 이씨에 맡겨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 그룹의 자금 관리 관행에 비춰 볼 때, 200억원에 가까운 손실금 회수를 일개 간부에 일임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씨제이 쪽은 또 “돈을 회수하는 동안 이씨와 계속 연락을 취하며 경과를 파악했다”면서도 “살인청부 등의 범죄 행위는 경찰 수사로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조직폭력배를 해결사로 동원하는 대담한 범죄 행위를 그룹 쪽과 아무 상의 없이 혼자 결행했다는 점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한겨레>는 이씨와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돈 받으려 채무자를 살해?
채권자인 이씨가 채무자의 살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채무자가 숨지면 돈을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씨 역시 “살인을 교사한 적이 없으며, ‘사기당한 돈을 찾아주겠다’며 (조폭들이) 찾아와 시키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영장 신청 단계에서도 살인교사와 관련해 진술이 엇갈렸고, 살인교사에 대한 녹취록을 살펴봐도 조폭이 먼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냥 모른 척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지은 권오성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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