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비용의 ‘이상한’ 계산 사례
‘촛불집회에 들어간 사회적 비용이 3조7천억원?’
정부는 지난 25일 평화시위구역 지정 등의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이 보고서는, 지난 5월부터 8월15일까지 열린 촛불집회로 인한 직접 피해액이 1조574억원, 사회 불안정으로 발생한 국가적 손실액은 2조6938억원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피해액 산출 방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러 면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선 보고서는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1조8천억원)을 추정하면서, 노사분규가 국내총생산(GDP)에 끼치는 피해액 산출 공식을 그대로 원용했다. ‘노사분규=촛불집회’라는 시각으로 피해액을 계산한 것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노사분규를 국내총생산과 연결시키는 계산법 자체도 부적절한데, 노사분규를 촛불집회와 등치시킨 것은 황당한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피해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손실(상인 피해 9천억원)도 마찬가지다. 이 수치는 2005년 종로 일대 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시위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평균 피해액에다 서울 소공동·을지로·종로 지역 전체 상거래 업체 수를 곱한 뒤, 다시 촛불집회가 열린 날을 곱해 나온 것이다. 촛불집회가 열린 지역이나 시위대 규모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해당 지역 소비가 줄면 다른 곳에서 늘기 마련이고, 집회 횟수와 소비 성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 시위진압 전·의경의 인건비를 시간당 1만273원으로 계산해 815억원을 피해액으로 추가했다. 하지만 전·의경의 한 달 평균 월급은 10만원 가량으로, 시급으로 따지면 40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 피해액(310억원)도 포함돼 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민주주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을 구체적인 액수로 따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 자체가 야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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