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체 촬영에 대한 법원 판단
판단기준 제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것에 대한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 재판부가 위법성의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60)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인 이씨는 지난해 10월 마을버스에서 옆에 앉은 고교생 박아무개(19)양의 허벅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이씨는 ‘박양이 공개된 장소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스스로 다리를 노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영상의 보존과 전파 가능성을 가지는 촬영은 단순히 쳐다보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사진의 특성상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유죄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지하철에서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했다는 증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급심에서도 비슷한 사건에 대해 수원지법은 무죄를, 대전지법은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입장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 의도·경위·각도·거리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무릎 위 얼마는 유죄’라는 식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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